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사진=연합뉴스

한미일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다자외교 무대인 제47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막을 올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관세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는 초반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도착 직후, 최근 국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했던 태국과 캄보디아의 휴전 협정 체결식을 직접 주재하며 '피스 메이커' 행보를 과시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는 적대 행위 중단 및 국경 지대 중화기 철수 등을 골자로 하는 협정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함께 서명했다.

노벨평화상(Nobel Peace Prize) 수상 의지를 내비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하순 양국이 교전을 벌이자 휴전을 압박했으며, 이번 협정 체결 행사 개최도 직접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 중재' 활동과 더불어 각국과의 양자 회담 및 협정 체결에도 박차를 가했다.

미국은 이날 캄보디아와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태국과는 핵심광물 관련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말레이시아와도 무역협정과 광물 관련 협정을 체결했다.

백악관은 또한 베트남과 호혜적이고 공정한 무역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뤘으며, 수주 내로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합의에는 베트남 상품에 상호관세 20퍼센트(%)를 부과하고 베트남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퍼센트(%) 고율 관세 부과를 놓고 마찰을 빚어 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도 이날 회담했다.

한편, 이날 말레이시아에서는 오는 30일 부산에서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 무역회담도 이틀째 이어졌다.

미중 양강 사이에서 아세안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른 주요 경제권과의 통상 협력 강화를 모색한다.

아세안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로 구성된 거대 다자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이자 중국이 주도해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정상회의를 27일 개최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와의 교류 확대도 논의할 예정이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이날 개막 연설에서 "세계적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분열을 이해와 대화로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단결을 통한 급변 환경 대처를 강조했다.

아세안은 이날 동티모르를 11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승인했다.

동남아 국가 중 가장 최근인 2002년에 독립한 동티모르는 2011년 신청 이후 14년 만에 아세안에 가입하게 되었다.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Inclusivity and Sustainability)'을 주제로 하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 외에 이재명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1박 2일 일정에 돌입했으며, 현지 첫 일정으로 만찬 간담회를 열어 동포들을 격려했다.

27일에는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 등 현안을 협의하고,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에 참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