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안 발표…대법원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과제로 추진하는 '법 왜곡죄' 도입에 대해 대법원이 29일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법 왜곡죄' 도입 법안(형법 개정안) 검토 의견에서, 법 왜곡죄가 재판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범한 법관을 처벌 대상으로 삼기에 사법부의 독립을 심각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법 왜곡죄' 도입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민주당은 재판소원과 법 왜곡죄 도입을 포함한 7대 사법개혁 의제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 '독재 수단' 전락 경고…역사적 폐해와 정치적 악용 우려
대법원은 '법 왜곡죄'가 연혁적으로 신권이나 왕권 등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던 점을 지적하며, 과거 독일이나 러시아 등 해당 제도가 존재했던 국가들에서도 히틀러나 스탈린(Stalin)의 독재하에서는 결국 무력하게 악용될 수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사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의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가능성은 법관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경고했다.
헌법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직업적 양심에 기초해 필연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 법관 직무활동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 법관 직무 위축과 전향적 판결 저해 가능성 제기
대법원은 현행 심급제도가 법률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통일성을 확보하고, 하급심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즉, 재판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법 왜곡죄' 도입 시 법관의 단순한 판단상의 과오나 소수적 견해까지도 수사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으며, 이는 자칫 법관의 직무 수행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전향적인 판결이나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 왜곡죄는 사법부의 역동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왜곡' 개념 모호성 지적과 불필요한 사법 낭비 경계
대법원은 '법 왜곡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왜곡'이라는 용어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법 해석과 적용에 있어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법관의 직무와 관련하여 '법 왜곡'을 어떻게 명확히 구분할 것인지 어렵고,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는 검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도출된 경우 '법 왜곡'을 주장하며 불필요한 고소·고발이 남발되어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행 직권남용죄의 해석이 이미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므로, 법 왜곡이 문제 되는 대부분의 사안은 직권남용죄에 포섭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며, 별도 입법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