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정상회담 이후에도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제 금값은 1일 관망세를 나타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천997.79달러(약 5백40만7천원)로, 최근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복합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10월 31일 오후 4시 22분께 금 현물은 전장보다 0.7퍼센트(%) 내린 온스당 3천997.79달러(약 5백40만7천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60퍼센트(%) 가까이 상승했던 금값은 지난 10월 20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에 기반한 하방 압력은 상당 부분 줄어든 분위기다.
지난 10월 22일 시카고 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Chicago Mercantile Exchang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 Commodity Exchange Inc.)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보다 5.7퍼센트(%) 하락하여 최근 12년 중 최대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금값의 하방 압력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10월 30일(현지시간) 12월 금리 인하설에 대해 “기정사실이 아니다”는 매파적 입장을 표명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므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달러화에 비해 투자 매력이 커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연준이 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제동을 걸면서 금값의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중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불확실성은 금값을 지지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관세 10퍼센트포인트(%p) 인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등 일부 성과를 거두었으나,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상존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다음 날 열린 아시아태평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자무역 시스템’을 강조하여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부각되면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증대되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으로 양국은 서로의 전략적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라며 "몇 달간은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양국 관계는 그 기간에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의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값은 여전히 올해 들어 50퍼센트(%) 이상 상승한 상태다.
로버트 레니(Robert Rennie) 웨스트팩 은행 애널리스트는 "매파적 금리 인하, 미중 무역전쟁 휴전, 금 상장지수펀드(이티에프, ETF)의 대규모 자금 유출 등으로 조정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며 "금값이 온스당 3천750달러(약 5백8만5천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