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에 무궁화 대훈장 수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한 후 박수치고 있다. 무궁화 대훈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국가 안전 보장에 기여한 우방국 원수에게 예외적으로 수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궁화 대훈장을 수훈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오른쪽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금관 모형.사진=연합뉴스

한국은 1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 기간 동안 해외 정상들에게 건넨 '맞춤형 선물'들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주요 지도자들의 개인 취향을 세심하게 고려한 선물을 준비하여 예우를 갖춤과 동시에 외교적 실리까지 도모했다.

가장 주목받은 선물 중 하나는 지난 10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건넨 '천마총 금관 모형'이었다.

대통령실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금속공예 장인에게 요청해 20여 일에 걸쳐 도금 모형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선물을 받고 "아주 특별하다", "훌륭하다"며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으며, 직접 전용기에 실어 미국으로 가져가도록 수행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금관 선물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노 킹스(No Kings, 왕은 없다)' 시위가 열린 것과 맞물려 일종의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걸고 싶다"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는 평소 황금을 선호하고 평화적 중재자 역할에 욕심을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부합하는 선물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위한 준비한 선물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본비자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본비자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그리고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이 선물로 건네졌다.

이 역시 한국과 시 주석 모두 바둑을 즐긴다는 점과 2014년 시 주석 방한 당시 한국 측이 바둑알을 선물했던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30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위해서는 한국 김과 화장품이 준비되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회견에서 한국의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앞으로의 한일 관계 발전을 당부하는 의미를 담은 맞춤형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 오찬 메뉴
대통령실이 지난 10월29일 공개한 경주 한미 정상회담 오찬 메뉴. 왼쪽부터 우리 해산물에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을 한 전채요리, 경주 햅쌀과 미국산 갈비로 한 찜 요리, 'PEACE!'를 레터링한 감귤 디저트.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정상들의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먹거리도 이번 APEC 기간 동안 외교전의 '윤활유'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에는 미국산 갈비를 활용한 갈비찜과 '피스(PEACE!, 평화)' 문구로 장식한 디저트가 제공되었으며, '정상 특별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와이너리(Winery)의 술이 만찬주로 낙점됐다.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 주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경주의 명물인 '황남빵'이었다.

한국은 시 주석이 도착한 시점에 맞춰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황남빵을 전달했다.

시 주석은 전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중국 측 대표단을 위해 황남빵 200상자를 추가로 보냈으며, 중국 이외 모든 APEC 회원 대표단에도 황남빵을 선물하도록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표단에 보낸 황남빵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중국 대표단에 경주의 명물인 황남빵을 전달했다고 지난 10월31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APEC 회원국 대표단에게도 황남빵을 선물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시 주석과의 국빈 만찬에는 중국에서 사랑받는 한식 요리인 닭강정과, 한국에서 인기 있는 중국 향신료인 마라 소스를 활용한 전복 볶음이 제공됐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음식들을 통해 "양국 간 끊임없이 이어온 우정을 표현했다"고 설명했으며, 만찬에서는 시 주석이 즐겨 찾는 술로 알려진 중국 술 '몽지람'도 제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