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정부와 유착 의혹을 받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을 지난 5일 처음으로 공개 시인했다.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를 통해 건넨 샤넬 가방 2개를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은 해당 가방 수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연관된 대가성은 부인했으며, 6천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김건희 여사, '샤넬 가방' 수수 사실 인정하며 반성 표명
김건희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여사는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김 여사가 2022년 4월부터 7월 사이 통일교 윤모 씨가 전 씨를 통해 건넨 금품을 받았다고 인정한 첫 사례이다.
김 여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지난 8월 29일 구속 기소된 후 그동안 특별검사(특검)팀 조사에서 해당 물품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은 샤넬 가방 수수 경위에 대해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전 씨의 설득에 끝까지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잘못을 통감하며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 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변호인단은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신중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한 점 거짓 없이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 측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알선수재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된 전성배 씨가 지난달 10월 15일 첫 공판에서 윤모 씨로부터 받은 금품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씨는 그간 금품을 잃어버렸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시인했다. 전 씨는 또한 지난달 10월 21일 김 여사에게 돌려받았다는 그라프 목걸이, 샤넬 구두 1개, 샤넬 가방 3개를 특검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핑 하는 박상진 특검보
김건희 여사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박상진 특검보가 지난 10월2일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특검팀, "청탁 존재 명확" 반박하며 유죄 입증 의지 표명
김건희 여사 측은 이번 수수 사실 인정에도 불구하고, 금품 수수와의 대가성,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은 여전히 부인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전 씨가 금품 전달을 시인한 상황에서, 김 여사 측은 자신에게 전달된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와 무관하며 청탁을 받고 알선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방어하는 국면이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은 금품 수수의 대가로 여러 청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청탁은 김건희 여사에 전달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권한과 무관하며 단지 막연한 기대나 호의 수준의 언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모 씨는 실제 피고인이나 대통령에게 구체적 청탁을 한 사실이 없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며, 이와 같은 사실이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단 청탁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청탁이 드러나더라도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며, 나아가 대통령 직무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단계별 방어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 측은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지난 11월 3일 법원에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의 입장 선회와 별개로 재판을 통해 유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여사의 발언을 "공소사실의 일부를 비로소 자백한 것"이라며, "특검 수사나 공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보여준 입장 등이 거짓이라는 뜻인데, 모순되고 거짓된 태도"라고 강하게 일갈했다.
아울러 통일교 측의 청탁과 대통령 직무 관련성을 부인한 데 대해서도 "청탁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특정 종교 집단이 왜 그런 고가의 명품 선물을 줬어야 했는지 상식적 질문에서 수사를 시작했고 그에 대해선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샤넬 가방을 사용하지 않고 전 씨에게 돌려줬다는 김 여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사용감이 있었다"고 일축했다.
특히 샤넬 매장에서 교환해간 구두의 경우 객관적으로 신었던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또한 증거 인멸 우려가 여전하다며 김 여사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청구가 인용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5일 법원에 제출했다.
김 여사는 어지럼증과 불안 증세 등이 악화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지난 3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