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시장의 핵심부인 미국 뉴욕 시장에 민주사회주의 성향을 표방하는 34세 조란 맘다니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당선을 확정하면서 월가(Wall Street)에 상당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맘다니 당선인은 뉴욕 시민 다수가 겪는 빈부격차와 경제적 어려움에 주목한 공약으로 청년층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Wall Street Journal)은 4일(현지시간) 맘다니의 승리가 분명해지자 뉴욕의 상류층과 금융계 인사들 사이에서 깊은 패배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 시장의 주요 인사들은 맘다니의 당선을 저지하고자 막대한 정치 자금을 동원하여 상대 후보를 지원했으나, 이러한 노력은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시 당국이 관리하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최저임금 인상 및 무상버스와 무상보육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파격적인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히며 '민주사회주의자'로서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월가의 부유층 인사들은 맘다니 당선인이 이슬람교도(무슬림) 출신인 점과 그의 급진적인 선거 공약들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해왔다.
선거 초반에는 당선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었던 맘다니 당선인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며 강력한 지지세를 구축하자, 비즈니스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 월가의 주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Pershing Square Capital) 회장 등은 상대 후보 지원을 위해 수백만 달러(약 수십억 원)를 모금하여 사용했으며, 자산 관리 기업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은 직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욕의 심각한 빈부격차와 높은 생활비로 고통받던 청년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맘다니의 지지세를 꺾지는 못했다.
맘다니 당선인의 시장 입성에 대한 월가의 반응은 매우 엇갈리는 양상을 보인다.
에이큐알(AQR) 자산운용의 공동 창업자인 클리프 애즈니스는 자신의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에 영화 '혹성탈출'의 상징적인 장면을 인용하며 맘다니 시장의 당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프로페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Professional Capital Management)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인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시장에 사회주의자가 당선된 것은 제 정신이 아닌 일"이라고 비난했다.
맘다니 당선인의 임대료 동결 공약에 강력히 반대해온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물주들 또한 침울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맘다니 당선인의 당선을 받아들이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맘다니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판했던 제이피 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맘다니 당선인에게 협력 의사를 전달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Evercore)의 랠프 슐로스타인 역시 정치적 견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맘다니 당선인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Citigroup) 최고경영자(CEO)도 "새로 당선된 시장과 함께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빌 애크먼 회장 또한 엑스(X, 구 트위터)에 맘다니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뉴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알려달라"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투자은행 라자드(Lazard) 출신 안토니오 바이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뉴욕에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과 연방 예산 삭감 위협을 가했던 점을 들어, 향후 뉴욕시와 워싱턴 연방 정부 간의 관계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