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서 열린 '녹지생태도심 선도사업 서소문빌딩 재개발사업 착공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종묘에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며 세운4구역 최고 높이 141.9미터 빌딩 건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소문빌딩 재개발 착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가 직접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겨울철 낮은 태양고도까지 계산했는데 종묘 본체와 제향 공간 어디에도 그림자가 닿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각에서 ‘서울시가 개발에 눈이 멀어 문화유산을 가린다’는 오해가 있는데, 정반대”라며 “종묘를 더 돋보이게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관보에 고시했다.

세운4구역은 북쪽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정문과 50미터 거리, 남쪽으로 청계천 1미터 거리의 1만2천 제곱미터 부지다.

변경 계획에 따르면 종로변 최고 높이는 55미터에서 98.7미터로 43.7미터 올라가고, 청계천변 최고 높이는 71.9미터에서 141.9미터로 70미터 올라간다.

서소문빌딩 재개발사업 착공, 파이팅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일곱번째)이 5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서 열린 '녹지생태도심 선도사업 서소문빌딩 재개발사업 착공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세레머니를 마친 뒤 파이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민간이 빌딩을 지으면서 1미터만 더 올려줘도 그 잉여이익이 수백억원”이라며 “그 돈을 100 % 세운상가 철거와 녹지 조성에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이 끝나면 종묘 정문에서 청계천을 지나 남산까지 폭 100미터, 길이 1킬로미터 녹지 띠가 생긴다”며 “종묘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숨 쉬는 유산’으로 재탄생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문화유산 주변 높이 제한을 ‘고정관념’으로 규정했다.

그는 “과거 관공서·유산 주변에만 높이를 묶어두면 도심이 죽는다”며 “녹지와 경관을 동시에 살리는 새로운 가치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가유산청은 즉각 반발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획을 변경·고시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당시 종묘 주변에 ‘시각적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고층 건축 시 사전 협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3종(일조·경관·풍속)을 모두 통과했다”며 “종묘 일조량 99.7 % 유지, 녹지 1만2천 제곱미터 추가 확보”라고 반박했다.

세운4구역은 2027년 6월 준공 예정이며, 착공은 2026년 상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