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 주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외무부와 국방부, 특수부대 및 관련 민간 기관에 핵무기 시험 준비에 대한 제안서 제출을 지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재개를 시사한 것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국제 사회의 핵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시험 재개 발표를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며 이같이 지시한 것으로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에 따른 의무를 엄격하게 준수해왔음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나 다른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시험할 경우 러시아 또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준비 시작의 적절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을 뿐, 시험 준비를 즉시 시작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하며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최근 미국의 발언과 행동을 볼 때 "전면적인 핵실험에 즉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했다.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은 러시아 북부 북극해에 위치한 노바야제믈랴 제도의 북극 시험장에서 핵무기를 단기간에 시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다른 국가들의 시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는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국방부(전쟁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그렇게 하기 싫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러시아가 2등이고 중국이 뒤처진 3등인데 중국은 5년 안에 비슷해질 것"이라고 핵보유국 간의 군비 경쟁 구도를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무기 시험 대상이 핵탄두 자체를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핵을 탑재하거나 핵을 동력으로 하는 무기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지난 1992년 이후 미국이 자제해 온 핵실험 재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의 핵 대응을 촉발하여 국제적인 핵 안보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