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국회 예결위 '예산 감액안' 야당 단독 처리
지난해 11월2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내로남불 예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마비 없이도 운영 가능한” 명분으로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 82억 원이 불과 1년 만에 버젓이 부활한 사실은, 집권 세력의 이중적 잣대와 무책임한 재정 운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이는 국민적 불신을 넘어, 국가 재정의 도덕적 기반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한다. 야당일 때는 '불필요한 예산'이라 비판했지만, 막상 집권하자 '긴요한 예산'으로 둔갑시키는 행태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 논란은 이재명 정부 예산안이 지닌 불투명성과 포퓰리즘적 속성을 보여주는 극히 일부이다. 지난해 2조4천억 원으로 축소했던 예비비가 4조2천억 원으로 대폭 증액된 것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예비비를 대규모로 확보하여 정략적 또는 선심성으로 남용할 여지를 크게 넓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광복회에 명확한 사업 계획도 없이 학술 연구 명목으로 8억 원, 협동조합 지원에 16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명백히 국민 혈세가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보은성 예산'의 흔적이다. 이러한 행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용될 수 없는 반칙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게다가 '관세 대응'을 명분으로 정책금융 확장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산업은행 6천억 원 등 총 1조9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 계획이나 성과 평가 체계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깜깜이 예산'의 사례이며, 국민적 감시로부터 벗어나 재량이 지나치게 허용되는 비합리적인 편성 방식이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응용 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불투명하고 졸속으로 편성된 '에이아이(AI) 예산'은 “에이아이(AI)의 에이(A)만 붙어도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로 난맥상을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1조2천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 등 '상품권 공화국' 예산과 국민연금 연기금까지 동원하려는 1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예산이다. 이 모든 예산들은 미래 세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경제 지표와 상관없이 오로지 인기영합적 예산 증가에만 몰두하는 이재명 정부의 태도는 '민생 외면 예산'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여야의 정치 논리를 떠나 오직 국민의 시각에서 철저한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불투명하게 사용되거나 특정 세력의 '쌈짓돈'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국민의힘은 특활비, 예비비, 보은성 예산, 불투명한 정책금융 및 에이아이(AI) 예산을 포함하여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모든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삭감 재원을 약자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민생 중심의 사업에 재배정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와 같은 무책임한 재정 운용이 2~3년 안에 '재정건전성 악화'와 '경제 위기'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권의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재정 운용만이 대한민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