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샤오메이친 부총통이 지난 7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EP, European Parliament)에서 개최된 국제 비공개 회의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안정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중국은 ‘강력한 분노’를 표명하며 즉각 반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South China Morning Post)는 이 사건을 8일 보도했다.
샤오메이친 부총통은 라이칭더 총통에 이은 대만 권력 서열 2위로 평가되며, 유럽의회(EP)에서 연설한 대만 최고위급 인사에 해당한다.
샤오메이친 부총통은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 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 주최 비공식 회의에 참석하여 “양안 간 안정은 단순히 지역적인 관심사를 넘어 세계 번영의 초석”이라고 역설하며 유럽과 대만 간의 긴밀한 관계 강화를 촉구했다.
국제기구에서 대만이 배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만이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에 기여하고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PAC는 중국의 견제를 위해 여러 국가 의원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SCMP에 따르면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EP) 의장이 샤오메이친 부총통의 연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날 회의는 의원 주최의 비공식 행사였기에 연사 관련 사전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중국은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샤오메이친 부총통의 연설에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대표부는 “중국의 강력한 반대와 엄숙한 입장 표명을 무시하고 유럽의회(EP)가 샤오메이친을 비롯한 '대만 독립' 운동 주요 인사들이 의회 건물에 입장하여 연례 회의에 참석하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대표부는 이러한 행위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며, 중국 내정에 간섭하며, 중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훼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은 유럽연합(EU)에 “강력한 분노와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엄숙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주요국들은 대만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며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3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마이크 외교를 지양하고, 사실에 위배되는 터무니없는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바데풀 장관이 최근 잇달아 대만 문제 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이어온 것에 대한 중국 측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하여 이와야 다케시 당시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자리에서 바데풀 장관은 "대만해협과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각 지역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왕이 주임에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비판하고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 덕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하여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달 유럽의회(EP)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한국의 국회 격) 대표단이 7년 만에 개최한 브뤼셀 회담에서도 대만 문제는 주요 쟁점으로 충돌한 바 있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급'으로 대우하거나 개별적인 외교를 시도하는 국가에 대해 경제 보복 등 강경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