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망명한 러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사진=연합뉴스


러시아 반정부 인사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7일(현지시간)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와 상관없이 러시아와 최소 10년 이상 장기 대결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호도르콥스키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행사에서 폴리티코 유럽판과 인터뷰에서 “일종의 냉전이 최소 10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추가 공세를 억지할 유일한 방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이 신빙성 있는 군사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 최고경영자(CEO)로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으나 푸틴 정권에 반대하다 2003년 체포돼 사기 등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호도르콥스는 시베리아 교도소 복역 후 2013년 사면받고 영국 런던으로 망명해 현재까지 반정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호도르콥스키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효과에 대해 “러시아 경제에 일부 압력은 줄 수 있으나 극적인 효과는 전혀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석유시설 드론 공격 역시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호도르콥스키는 “가장 강력한 드론이나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로도 기껏해야 2헥타르(㏊) 정도만 타격할 수 있다”며 “시베리아 평균 석유시설은 1천500헥타르(㏊)에 달한다. 현재 피해는 누군가의 발을 밟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 권력이 흔들릴 수 있었던 유일한 시점은 우크라이나 전면전 개시 후 첫 2년이었다고 분석했다.

호도르콥스키는 “러시아가 그 기간 우크라이나에서 결정적 군사 패배를 당했다면 푸틴 실권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그 가능성은 이제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 역사에서 독재자들은 대개 70~80세에 어딘가로 떠나는 경향이 있었다”며 푸틴 정권이 영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73세가 됐다.

호도르콥스키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Federal Security Service)이 자신을 테러 단체 조직 및 권력 장악 음모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크렘린궁의 강경 반응은 러시아 민주세력이 상징적으로나마 정통성을 얻는 것이 푸틴을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웃나라 침략을 정당화하는 군국주의적 서사에서 벗어나 정상 국가로 돌아가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 세대는 그날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호도르콥스키가 주도한 반전위원회가 지난 2023년 4월 30일 ‘현 러시아 정부 제거’를 촉구한 베를린 선언을 채택했고, 올해 10월 유럽평의회 의회에서 ‘러시아 민주세력 플랫폼’을 창설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