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이라는 미명하에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이 시행 3년을 맞은 2025년 11월 현재, 그 실상은 '불합리'와 '불형평'을 넘어선 '불공정 제도'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약속을 믿고 수십 년간 성실히 공적연금을 납부해온 수많은 은퇴자들이 이 제도로 인해 예상치 못한 건강보험료 폭탄에 직면하며 깊은 좌절감과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일부 개인의 불만을 넘어,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정부는 더 이상 이러한 비상식적인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노후 소득의 종류에 따라 건강보험료 부담이 현격히 달라지는 기형적인 '연금 차별' 구조다. 현행 제도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에는 보험료를 부과하면서도,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은 사실상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가령 국민연금으로만 월 200만원을 받는 은퇴자와 국민연금 100만원에 개인연금 100만원을 받는 은퇴자는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만 의지한 전자가 훨씬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나라가 권장하고 의무화한 국민연금에만 성실히 납부했는데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는 탄식은 이러한 불공정한 제도 앞에서 우리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절규다. 이는 공적 연금 제도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형평성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이다.
더욱이 '동반 탈락' 규정은 제도의 불합리를 넘어선 비인도적인 측면까지 보여준다. 2022년 9월 개편 이후 공적연금 소득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31만여 명 중 11만6천여 명(약 37%)은 정작 본인 소득이 전무한 '동반 탈락자'였다. 남편의 공적연금 소득 기준 초과를 이유로 평생 소득 활동 없이 배우자에 의지해온 아내까지 덩달아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재산 기준은 부부 개별로 따지면서 소득 기준만 '부부 공동'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이자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제도의 기본 취지를 망각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가족 공동체의 연대 의식마저 훼손하는 반사회적 제도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불합리가 정책 입안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인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묵살되었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급여에 대해 2천만원을 우선 기초 공제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를 적용하자는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되었다. 이는 사적연금과의 형평성을 일정 부분 보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었으나,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와의 역학 관계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당하고 좌초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복지부 관계자의 "기획재정부에서 개인연금을 옹호하니 사적연금은 받아주고 국민연금은 차별했다"는 비판은, 정책 결정 과정에 '철학 원칙과 기준'이 부재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 결정 방식은 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염원하는 국민적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다.
국민을 위한 정책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 '공정성'과 '형평성'은 정책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국민과의 최소한의 약속이다. 정부는 더 이상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방치하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불합리와 불형평성은 은퇴자들의 노후를 위협하고, 성실한 국민들이 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만드는 암적 요소다. 정부는 지금 즉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며, 피부양자 동반 탈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를 믿고 노후를 준비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건강보험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이 시대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