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PG).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회원국 중 1위인 남녀 임금격차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성별 임금 현황 공개를 통해 고용평등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이나,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숙제로 남아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사진=연합뉴스


◆ 한국의 심각한 남녀 임금격차…OECD 평균 크게 상회

성평등가족부는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자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노동·경영·여성·법률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성별 임금 실태를 종합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로, 이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다.

정부는 이미 2023년부터 공공부문에 '성별근로공시제'를 적용해 공공기관의 성평등 고용 현황을 점검해왔으며, 앞으로 이를 민간 기업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러한 임금 공시제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은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과 노동시장 참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한국 정규직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보다 29.0퍼센트(%) 낮다.

이는 OECD 평균 11.0퍼센트(%)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며,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큰 임금 격차를 보인다.

정부는 고용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임금 공시제도 등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던 고용 관련 업무 일부를 성평등부로 이관했으며, 성평등부는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제도의 방향성을 설정한 뒤 남녀고용평등법 또는 여성경제활동법 개정을 통해 임금 공시제를 속도감 있게 도입할 계획이다.

OECD 회원국 성별 임금 격차.사진=OECD 홈페이지 캡처


◆ 해외 사례 참고, 기업 참여 유도 위한 제도 설계 숙제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임금 투명성 부족이 성평등 문화 정착을 저해한다는 인식 아래 다양한 형태의 임금 공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성평등 임금 공시제의 원형에 해당하는 모델을 시행하고 있는데, 연방정부의 규율을 받는 100인 이상 민간 기업과 공기업, 연방 정부 조직은 고용 형태, 직종, 성별 등 인적 속성별 채용·승진·해고 인원과 임금 수준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 임금 감사 제도를 운영하는 스웨덴에서는 10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노동자의 임금을 정리하여 감사 결과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으며, 노동자가 임금 평등 관련 고충을 제기할 때 '평등기구'나 노동조합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25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임금 정보를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노동자는 임금 정보와 관련하여 성별 임금 격차 등에 대한 설명을 사용자에게 요청할 수 있고 사용자는 답변할 의무가 있다.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노동 환경과 사회·문화적 맥락이 다르므로, 다른 나라의 임금 공시제를 참고하되 한국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민간 기업이 거부감 없이 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임금 공시 제도가 기업에 대한 처벌 또는 제재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며 "기업이 스스로 성별 고용 격차를 진단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보다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