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손경식 회장과 김지형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이 1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기업의 경영 부담을 높이고 청년층의 취업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영계가 '퇴직 후 재고용' 및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1일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기존 근로관계를 종료한 후 새로운 계약을 통해 고령자를 재고용하는 방식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지난 4월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하여,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이후 고령층(55세에서 59세)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층(23세에서 27세) 근로자는 0.4명에서 최대 1.5명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정 정년 연장 시 그 혜택이 대기업 및 공공부문 정규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역시 이 영역에 몰려 있어 고령층과 청년층 간 일자리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세대 간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경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칭 '정년 후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기업의 재고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한편, 정부의 폭넓은 지원 방안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업무와 인력 범위 내에서 재고용 인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기업에 재량을 부여하고, 재고용 기업에는 인건비 지원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그래픽] 1960∼1964년생별 평균 상용근로자 현황
정년이 1년 연장되면 정규직 고령자 약 5만명의 은퇴가 유예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9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해 한국의 상용근로자의 연령별 분포를 세부 분석한 결과, 59세에서 60세로 넘어가는 시점에 고용자 수가 평균 5.6만 명 감소했다.사진=연합뉴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일부 업종에서 이미 퇴직 후 재고용이 서서히 시행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주로 생산 및 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을 일괄적으로 65세로 올리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정년 연령 및 연장 시점과 관련한 절충안 모색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총은 고령자 고용 방식뿐만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 논의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정년 60세 의무화 당시 법제화되었던 '임금체계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경총은 연공형 임금체계에서 발생하는 고령자 고용 부담이 막대한 만큼,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 가치와 개인의 성과에 기반한 새로운 임금체계로 개편할 수 있는 실효적인 조치가 고령자 고용 방식 논의에 앞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총은 현행법상 노동조합이 반대할 경우 아무리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이라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를 제안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동조합(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경우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취업규칙 개정은 노사 합의 절차 없이도 변경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합리성이 인정되는 임금체계 개편 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의견 청취'로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임금이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컴퍼니(TSMC)보다 20퍼센트(%) 높고 현대자동차도 도요타보다 높은 수준임을 지적하며 "지금까지는 기업이 버티고 있지만 노동 경직성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