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및 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특검팀)은 11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하여 약 9시간 동안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심문했다.
실제 조사는 오후 5시30분경 마무리되었으며, 윤 전 대통령은 약 2시간 동안 조서를 열람한 뒤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 윤 전 대통령 측, "사단장 처벌 지시 없었다" 반박
윤 전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는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2023년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사단장 처벌과 관련한 말씀은 전혀 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수사나 처벌이 잘못됐다고 지시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한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한 혐의를 윤 전 대통령이 전면 부인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배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아들과 딸을 군으로 보낸 부모님들 전체로 봐서 이런 사건이 재발하면 안 되고 책임자가 있으면 문책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군 내부에서도 경위를 조사해 책임자가 있으면 문책하고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는 부분을 지시했다는 점을 부연했다.
배 변호사는 2023년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 외교안보 회의에서 격노한 직후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경위에 대해 임기훈 비서관이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전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회의는 당일 오전 11시에 있었으며,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45분 이종섭 전 장관과 '02-800-7070' 내선 번호로 통화하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격노설에 대한 진술을 하면서 기업에서 일어난 사고나 재해를 예시로 들었다며, "사고에 대한 수사는 수사기관이 할 테지만, 내부적으로 조사를 해서 인사 조치를 할 수는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호송차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가 1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구명 로비 의혹 및 주요 혐의 부인
이날 특검팀은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연루된 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및 김건희 여사의 친분에서 비롯된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이러한 모든 의혹들을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출발점인 'VIP 격노'의 당사자로 지목되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종섭 전 장관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선상에 오르자 그를 호주 대사로 임명하여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다는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도 받고 있다.
◆ 향후 수사 방향과 추가 조사 가능성
특검팀은 이날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하여 준비해둔 1백여 페이지 분량의 질문지를 모두 소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윤 전 대통령의 재차 소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차 조사는 변호인단의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하여 오는 15일경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해병 특검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가동 중인 세 곳의 특검팀 중 윤 전 대통령이 조사받은 것은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지난달 15일 내란 특검팀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해병 특검팀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