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검찰 내부 '총장대행 책임론' 확산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설치된 조형물 '서 있는 눈'의 모습. 노 대행은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고심에 들어갔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이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수사 및 공판팀 검사들이 항소 기한 만료를 불과 3시간여 남겨둔 시점에 대검찰청으로부터 항소 불허 결정을 통보받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 통보가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까지 확산되고 있다.
◆ 항소 기한 직전 '불허 통보' 과정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오후 11시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가 끝난 직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항소하겠다는 대검찰청의 의견을 처음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정 장관은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검 수뇌부는 이 항소 포기 여부를 내부적으로 신중히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 및 공판팀은 이러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중앙지검 4차장과 중앙지검장으로부터 항소장 결재를 모두 받았다.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중앙지검 공판5부 검사들이 대검의 항소 불허 결정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시점은 항소 기한 만료 약 3시간 전인 지난 7일 오후 8시45분경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항소 제기를 승인한 상태였으나, 대검이 불허를 통보한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공판팀은 이후 대검 반부패부 담당 연구관에게 처리 방향에 대한 확인을 거듭 요청했으나, 오후 10시11분경 "반부패1과장에게 보고했으며, 반부패1과장이 공판5부장에게 연락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상부로부터 전달받은 상황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는 회신만을 받았다.
출근하는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항소 마감 임박…'항명' 부담에 항소 무산
이런 상황 속에서 대검은 법무부에 항소 포기 결정을 지난 7일 오후 11시경 최종적으로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및 공판 검사들이 4차장검사로부터 대검과 중앙지검장 모두 항소를 불허하여 어쩔 도리가 없다는 답변을 들은 시점은 항소 마감 기한을 불과 40여 분 남긴 오후 11시20분경이었다.
수사 및 공판팀이 강하게 반발하자 4차장검사는 중앙지검장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오후 11시53분경, 항소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최종 통보가 내려졌다.
중앙지검장, 4차장검사 또는 수사 및 공판 담당 검사들이 전결로 항소를 제기하는 방안도 이론상 가능했으나, 이는 '항명'에 해당하는 만큼 막중한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7일 자정까지 검찰의 항소장은 법원에 접수되지 않았다.
검사장들 '총장대행 항소포기 경위 설명 요구'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검찰 내부 파문 확산, 총장 직무대행 사퇴 요구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를 최종 불허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을 향한 사퇴 요구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청 폐지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수사 및 공판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사건 처리 방향에 무리하게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대검 연구관들이 노 직무대행에게 사퇴를 건의한 데 이어, 검찰 내부망에는 노 직무대행을 비판하는 초임 검사들의 글이 계속해서 게시되고 있다.
노 직무대행은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하여 '통상적인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하여 종합적으로 결정했다'고만 밝혔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보고 및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규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만일 정 장관이 항소 포기 의견을 강하게 제시하며 사건 처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법무부의 압박이 없었음에도 노 직무대행이 항소 포기를 전격 결정했다면 섣부른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내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