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브리핑
박지영 내란특검보가 지난 8월19일 오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1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신병 확보에 다시 나섰다.

특검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달 9일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게 동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와 그가 취한 조치의 위법성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재소환하여 조사하는 한편, 그의 휴대전화를 재차 압수수색했다.

또한 계엄 선포 직후 박 전 장관이 소집했던 법무부 실·국장 회의 참석자들을 소환하여 조사하고, 교정시설 수용 여력 확보 지시 의혹과 관련해서는 법무부도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검팀은 이러한 영장 기각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사실을 일부 추가하고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특별검사는 이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지난 영장 기각 당시 법원에서 제기했던 의문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증거를 확보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 특별검사는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자료를 상당수 확보하여 이를 토대로 범죄 사실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시점 전후로 박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정황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으며, 이를 통해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과 계엄 협조 여부를 소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부연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은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하여 확보했으며, 이 문건은 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박 전 장관이 텔레그램(Telegram)을 통해 당시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삭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은 검찰과 소속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 등을 지적하며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전달받은 직후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으며, 이 회동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도 참여했다.

특검팀은 법무부 검찰과가 박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담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직권남용 혐의 범죄 사실에 추가했다.

또한 이 '안가 회동'이 계엄 사후 대책을 모의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교정본부 직원들이 박 전 장관의 '수용 여력 점검' 지시에 따라 각종 문건을 작성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이 박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수도권 구치소의 수용 여력 현황을 점검하고, '약 3천6백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신 전 본부장은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지난해 12월 4일 새벽 박 전 장관에게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 현장 직원이 수용 거실 현황을 정리해 문건 형태로 상부에 보고한 정황도 포착되었으며, 특검팀은 이 또한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 범죄 사실에 추가했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해당 지시들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원론적인 대응 방안 검토 취지였을 뿐, 불법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특검팀은 법무부 각 실·국에서 실제로 작성된 문건들이 확인된 만큼, 단순한 검토 수준을 넘어 계엄에 동조하기 위한 조치들을 이행하려 한 것으로 판단하여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 주 후반경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