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용현·여인형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사진=연합뉴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 반년 만인 2022년 11월부터 '비상대권'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을 구상한 것으로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공소장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첫 영수회담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지난 2024년 4월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 종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비상대권' 언급과 초기 구상 배경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한 관저 만찬에서 김종혁 비상대책위원 등에게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싹 쓸어버리겠다", "내가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해(2022년) 5월 출범했으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내각을 완성하는 데 약 6개월이 소요되었고, 다음해(2023년) 5월 기준으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부 입법안이 약 35퍼센트(%)만 입법되는 등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으로 특검팀은 분석했다.
이후 그해(2023년) 8월경 순직 해병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같은 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는 등 정부가 정치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이어졌다.
특검팀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을 근거로 본격적인 계엄 준비가 그해(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무렵부터 진행됐다고 판단했으며, 이 시기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관련 인사의 이동이 있었음을 짚었다.
지난해(2024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국회 협조는 더욱 어려워졌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무렵 반복해서 비상대권을 언급했으며, 이 시기에 비상계엄 실무 준비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장관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지난 2024년 10월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계엄 실행 위한 구체적 모색 및 최종 선포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3월 말에서 4월 초,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여 전 사령관,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식사를 하면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 전후로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점령하고 선별한 정치인 등 주요 인사를 체포·구금 및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같은 해 5월에서 6월 사이 안가에서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는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7월 해외순방 중 미국 하와이 호텔에서 김 전 장관 등에게 "한동훈은 빨갱이다", "군이 참여해야 하는데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8월 초순경에는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이 있는 자리에서 정치인과 더불어민주당 관련자들을 언급하며 "현재 사법 체계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므로 비상조치권을 사용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무렵 윤 전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하고 김용현 경호처장을 후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으며,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상계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11월부터는 비상계엄 선포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1월 9일경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있는 자리에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비상계엄을 언급했다고 한다.
11월 24일에는 김 전 장관에게 "나라가 이래서 되겠느냐",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가 패악질을 하고 있다"고 비상대책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고 이튿날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윤 전 대통령은 29일 저녁 김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문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틀 뒤인 11월 30일 밤에는 관저에서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헌법상 비상조치권,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12월 3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