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9일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와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취지로 재고를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에서 열린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초기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내란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의 주신문이 이어지자 증언을 시작했다.

한덕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계엄 선포 당시 총리 및 국무위원들의 반응과 윤 전 대통령의 증언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된 한 전 총리와 다른 참석자들은 뭐라고 이야기했느냐"고 묻자, "당시 총리께서는 제 이야기를 듣고 재고를 요청하신 적이 있다"며 "좀 반대하는 취지로 다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한 전 총리에게 '총리께서 보시는 것과 대통령 입장은 판단이 다르다. 난 이게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서로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음을 설명했다.

재판부가 "한 전 총리가 반대라고 명확히 말했느냐"고 질문하자, 윤 전 대통령은 "반대라는 취지"라고 답변하며, "반대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저한테는 반대 취지로 (읽혔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무위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각자 부처 입장에서 계엄이 자기들 부처 업무와 관련해 도움이 안 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 반대하는 취지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시장에 대한 여파는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했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우방국이나 동맹국, 가까운 나라들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고 윤 전 대통령은 주장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오래가지 않고 끝날 계엄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걱정 말라. 미국이나 일본은 국가안보실(NSO, National Security Office)을 통해 설명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진술했다.

'내란 방조' 혐의 한덕수 전 총리 첫 재판 시작
이진관 부장판사가 지난 9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계엄 집행 과정에서의 논란과 윤 전 대통령의 해명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당시 '여론조사 꽃'과 더불어민주당사 등에 군 병력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계엄 선포 후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꽃, 더불어민주당사, 언론사에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해 확인할 게 있다"고 말했고, 윤 전 대통령은 "민간기관이니까 안 된다. 군을 조금 투입하라고 했는데, 뭘 여기저기 보내느냐"고 반대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가 펄쩍 뛰었다. 계엄을 해도 선관위 같은 곳은 계엄법 제7조, 제8조에 따라 계엄군이 갈 수 있지만, 민간기관에는 가면 안 된다고 했다"며 "내가 가지 말라고 딱 잘랐고, 김 전 장관이 지시해서 결국 가지 않고 출동한 사람은 전원 올스톱한 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출동에 대해 증인이 허가한 부분은 없고 김 전 장관이 하려고 했다는 거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당연하다. 저에게 재가를 구한 건데 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당일 한 전 총리에게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를 당분간 가줘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직전 11월에 페루와 브라질에서 에이펙(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과 주요 20개국(G20, Group of Twenty) 다자회의에 갔는데, 가서 보니 소위 포퓰리즘적 좌파 정부 정상들을 대거 초대해놨더라"라며 "좀 힘드시더라도 다음부터는 총리님에게 가라고 하고 나는 중요한 외교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 그런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 후 국무위원들의 부서와 관련해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국무위원들의 부서를 받으려고 한 게 아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비상계엄은 긴급 비상대권 행사이기 때문에 절차적 요건은 탄력적으로 운영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과의 통화에 대해서는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이런 것 때문에 헌정질서, 국정이 마비가 됐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사전 보안 때문에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지시한 건 없느냐"고 묻자 "제가 지시하고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초 지난 17일 자필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이날 오전 재판부가 구인영장 집행을 경고하자 입장을 선회하여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