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21일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선거 결과 발표 이후 박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한 중국의 경제·외교 보복에 맞서 일본과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잇따라 확인하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발언 이후 중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과 수산물 수입 중단 등 압박을 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 유지 의지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토미 피곳 수석 부대변인 소셜미디어 게시물.사진=소셜미디어 엑스 캡처/연합뉴스


미 국무부 토미 피곳 수석 부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글에서 “일본이 관할하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미일 동맹과 일본 방위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보의 초석”이라며 “대만해협·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는 미국이 중국 견제에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지난 14일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도 포함된 바 있다.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도 19일 도쿄 외무성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면담 후 취재진에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은 전형적인 경제 위압”이라고 비판하며 일본 지지 의지를 표명했다.

글라스 대사는 같은 날 자신의 엑스 계정에 “위압적 수단에 호소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끊임없는 악습”이라며 “동맹국 일본을 지원할 것”이라고 게시했다.미국 의회도 적극 나섰다.

미 상원은 18일 ‘대만 보장 이행법’을 이견 없이 통과시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둔 상태다.

이 법은 미국이 40여 년간 시행해온 공직자 대만 교류 제한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도록 국무부에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무부는 2년마다 가이드라인을 평가해 대만과의 관계 확대 기회와 계획을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이는 대만 고위층의 미국 방문 확대 등 공식 교류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최근 대만 무기 판매를 연이어 승인했다.

13일에는 대만에 3억3천만 달러(약 4천867억원) 규모의 전투기 부품 판매를 승인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첫 사례다.

이어 17일에는 방산업체 RTX가 미국산 첨단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인 나삼스(NASAMS, National Advanced Surface-to-Air Missile System) 관련 장비 6억9천894만 달러(약 1조310억원) 상당을 대만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산 첨단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나삼스(NASAMS).사진=연합뉴스


나삼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된 중거리 공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대만의 방공 능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조보 등 중화권 매체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 거부 입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 아직 공개 발언하지 않은 점은 중일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딩수판 대만정치대학 동아시아연구소 명예교수는 “미국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뉴욕 경유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은 대만 안보를 중시하는 정치적 입장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대만 문제에 대한 외교·전략·군사 협력을 확대해왔으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인훙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미일 군사동맹 업그레이드는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