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 최후진술하는 한덕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했다.사진=연합뉴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중요임무 종사, 위증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재판부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결심공판을 열었으며,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불법 권한 행사를 막아야 할 핵심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는 대통령 제1보좌관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무회의 부의장 역할을 맡아 잘못된 결정에 제동을 걸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과정에 적극 가담했다”며 “국민 전체를 위한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팀은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이번 비상계엄은 45년 전 내란 사건조차 초월하는 수준으로 국가 위상을 추락시켰고 국민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겼다”며 “피해 규모는 숫자로 가늠할 수 없으며,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가한 명백한 테러 행위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규탄했다.
특검팀은 양형 사유로 사후 절차 보완 시도, 허위 문서 작성과 폐기 등 사법 절차 방해, 재판 과정에서의 진술 번복과 비협조 태도, 반성 의지 부재를 꼽았으며, 국가적 피해의 막대함을 중점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재판서 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 공개.사진=서울중앙지법/연합뉴스
특검팀은 과거 사례를 들어 한 전 총리의 책임을 더 부각했다.
이 팀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 판결을 인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다른 세력의 압력에 밀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하급 관리의 영역일 뿐,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한 경우에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으며, 특검팀은 “국정 2인자로서의 한 전 총리의 변명 역시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8월 29일 특검으로부터 불구속 기소됐으며, 재판부 권고에 따라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부인될 경우 중요임무 종사 혐의도 병합 판단하도록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허용받았다.
이 외에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문의 법적 결함을 메우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서명한 사후 선포문을 작성한 뒤 폐기한 혐의, 그리고 지난 2월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증언에서 “계엄 선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 선고를 내년 1월 21일 또는 28일로 고지했으며, 예정대로라면 내란 관련 기소된 국무위원 중 최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피고인 재판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공판 개시 전 이진관 부장판사는 “이 사건 과정에서 법정 질서가 여러 차례 훼손됐으나,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보호 조치에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날 법원행정처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을 법정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서울중앙지법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