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사당국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위해 간첩과 간섭 활동을 벌인 혐의로 러시아인 등 4명을 예비기소했다.
일간 르파리지앵 보도에 따르면 파리 검찰청은 ‘SOS돈바스’ 단체 설립자 안나 N(러시아 태생 프랑스인 여성)과 현 대표, 회원 2명을 입건해 이 중 3명을 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프랑스 국내 보안국(DGSI, Direction Générale de la Sécurité Intérieure)은 이 단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프랑스 내에서 러시아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해온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시작했다.
SOS돈바스는 2022년 9월 안나 N이 설립한 비정부기구(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로, 돈바스 지역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분쟁 상황 홍보를 목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DGSI는 이 단체가 인도적 물자 수송과 자금 모집을 빌미로 러시아 정권과의 비밀 회합이나 정보 수집을 은폐한 위장 조직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안나 N은 프랑스 기업 간부들을 접촉해 경제적 이익 관련 정보를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당국은 그녀와 현 대표가 러시아 정보기관에 직접 포섭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두 사람은 친러시아 성향은 인정하나 정보기관 활동은 부인하고 있다.
또 다른 구속자 중 40세 러시아 남성은 지난 9월 파리 개선문 등에 “승리한 소련 군인에게 감사하라”는 문구와 러시아 군인 일러스트가 그려진 포스터를 부착한 러시아 선전 활동 혐의로 체포됐다.
수사 결과 이 남성은 활동 내용을 상급자에게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의 변호인은 “포스터 부착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며 프랑스에서 이런 이유로 구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50대 프랑스 남성 회원은 외국 세력 공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파리 검찰청은 “이들의 활동 규모, 러시아에 전달된 정보의 구체적 내용, 프랑스 내 추가 공범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DGSI는 러시아가 유럽 내에서 협회나 문화 단체를 위장해 적대적 작전을 펼친다는 기존 의심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이 사건을 보고 있으며, 안나 N을 올해 1월부터 감시해왔다.
이번 사건은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 스파이 활동에 대한 공포를 고조시키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40대 남성 3명을 체포해 러시아 외국정보원 지원 혐의를 조사 중이며, 폴란드는 8명을 러시아를 위한 간첩·파괴 활동으로 기소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러시아 무인기 침범과 드론 목격 사태가 잇따라 공중 순찰을 강화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체포된 러시아 여성 가족과 접촉 중이며, TASS 통신은 “인도적 단체 활동을 이유로 억압하는 프랑스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