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중인 홍콩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오후 9시 9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소방당국이 남아있는 불을 끄기 위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콩 당국은 2일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와 관련하여 사망자가 156명으로 늘어나자, 화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독립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책임 추궁을 천명하며, 국민 안전을 위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

홍콩 북부 타이포에 있는 32층짜리 아파트 '웡 푹 코트'에서 지난달 26일 발생한 이번 화재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에서 43시간 만에 진화됐다.

홍콩 당국은 화재 발생 7일차인 오늘 2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사망자가 15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순직한 소방관 1명이 포함됐으며, 신원이 확인된 인원은 1백27명이다. 부상자는 79명이며 30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홍콩 경찰은 오늘까지 과실치사 혐의로 총 15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체포된 인원 중 일부는 홍콩 반부패 수사 기구인 염정공서(ICAC,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의 조사 대상이며, 보수공사 업체,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 2차 하도급 비계 설치 업체와 외벽 공사업체 등의 책임자들이 포함됐다.

당국은 이들 외에 추가로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 관련 브리핑에서 "여러 단계에서 발생한 오류를 시스템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법관이 주재하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화재 원인과 빠른 확산 원인 등 관련 문제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위원회의 조사 대상으로 공사의 안전 문제, 담합 여부, 검사의 적절성, 책임자의 역할, 입찰 과정, 건물 소방 시스템 등 광범위한 영역을 지목하며, "정부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하며 제안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끝까지 조사하고 진지하게 개혁해 슬픔과 분노를 개혁의 힘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장관은 "관련된 모든 사람, 누구든 끝까지 책임을 묻고 추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리 장관은 "구조 작업을 멈추지 않고 어떤 가정도 포기하지 않으며 피해 가정의 재건을 지원할 것"이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선으로 사회의 정상 운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 행정장관은 오는 7일로 예정된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에 대해서는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이 법률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상 시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새로운 입법회가 직무를 수행해야 법률 제정 및 개혁을 진행할 수 있다"며 "많은 업무가 입법회의 심의와 예산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콩 당국은 아파트 단지 8개 동 중에서 화재 영향을 받지 않은 유일한 1개 동에 대해 오늘 3일부터 4일까지 임시 출입을 허가했다.

주민들은 약 90분간 집에 들어가 귀중품 등을 갖고 나올 수 있게 된다.

건물에 대한 수색 작업은 내부 수색을 마치는 대로 외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무너진 비계 아래 깔린 시신이나 중요한 증거물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고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시신 관련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