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온두라스 대선 개표 중반 1위 소식에 환호하는 나스라야 후보(가운데)
인구 1천만 명(유권자 650만 명)의 중미 국가 온두라스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논란 속에 유례없는 개표 사무 혼란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CNE, Consejo Nacional Electoral)는 2일(현지시간) 설명 자료를 통해 “예기치 못한 기술적 문제로 개표 현황 업데이트가 지연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평정심을 유지해 주시기 바랐고, 각 정당 관계자와 취재진이 개표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온두라스 대선은 지난달 30일 투표가 종료된 이후 선관위 홈페이지가 반복적인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다운로드 속도 저하를 비롯한 여러 차례 장애가 발생한 데 이어 1일 정오부터 후보별 예비 득표수와 득표율 자료가 개표율 57.03퍼센트(%)에 고정된 채 24시간 이상 갱신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우파 성향 국민당의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67세) 후보와 중도 성향 자유당 소속 살바도르 나스라야(72세) 후보가 불과 515표 차이로 1·2위를 다투는 접전 양상을 보였다.
아스푸라 후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은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후로 “결과를 바꾸려 하면 지옥 문을 열겠다”며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온두라스 선관위 예비 결과 전송 시스템을 담당하는 업체는 자사 인프라에 비정상적 서비스 거부(DoS, Denial of Service) 해킹 시도와 유사한 상황을 감지했다고 현지 언론 라프렌사(La Prensa)가 보도했다.
사전 부하 테스트 기준을 초과하는 비정상적 트래픽이 플랫폼의 전반적 안정성을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개표 지연으로 투명성 논란이 불거지자 온두라스 선관위는 “선거 당일 밤 전송된 일괄 개표 기록 처리가 완료되지 못한 점을 발견했다”며 기술적 문제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각 정당 관계자와 취재진이 개표 현장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해 실시간 확인을 허용했다.
이후 2일 오후 2시께부터 온라인 개표 현황이 정상화됐다.
새롭게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개표율 63퍼센트(%) 기준으로 나스라야 후보가 역전해 아스푸라 후보에 수천표 이상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2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상황 설명하는 온두라스 선관위 관계자.사진=연합뉴스
온두라스 선관위는 “국민 여러분의 평정심을 유지해 주시기 바란다”며 추가 개표 진행을 약속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으로 이미 국제적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스푸라 후보를 지지하며 선거 전부터 “온두라스가 결과를 바꾸려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온두라스 정부와 야당으로부터 “외부 개입” 비판을 받았다.
현지 언론과 국제 관찰단은 개표 지연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연계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온두라스 대선은 현지 경제 불안과 마약 범죄 문제를 배경으로 치러졌으며, 나스라야 후보는 부패 척결과 경제 개혁을, 아스푸라 후보는 안보 강화와 미국과의 협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개표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양측 지지자들의 긴장된 대치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