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에 답하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3일, 12·3 계엄 사태 연루자들의 내란 사건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판검사의 법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신설법',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한 공수처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였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주가 입법권을 넘어 사법부까지 무력화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로 비춰지며,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국회에 출석하여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특정 정치 세력이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사법부를 예속시키려는 엄중한 기로에 서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이름부터 위헌적 발상이다. 천대엽 처장의 지적대로 '처분적 법률'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특정 사건과 특정 인물을 겨냥한 '처분적 재판부' 구성은 선진 사법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욱이 이 재판부와 영장전담법관의 추천위원회가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다는 점은 사법 독립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다.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참여하는 것은 이 법안의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헌재가 이미 '선수'로 나서는 격이며, 이는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모순이다. 법무부 장관의 개입 또한 검찰권 남용의 역사를 가진 수사·행정 기관이 사법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더라도, 사법 행정권 외부의 인사가 판사 임명에 관여하는 구조는 재판의 독립성 자체를 해칠 수밖에 없다. 또한, 형사소송법상 6개월로 제한된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하고 내란범의 사면·복권·감형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법적 구속력마저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확장하려는 폭거이다.

함께 통과된 '법왜곡죄 신설' 역시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판검사 또는 수사기관 종사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현저하게 잘못 판단'한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매우 커서,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법관이나 수사 결과가 나온 검사에게 보복의 칼날을 휘두르는 데 악용될 공산이 크다. 이는 독립적인 판단을 해야 할 사법 관계자들에게 자기 검열과 눈치를 강요하여, 결국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법부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적국'의 개념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간첩죄 개정안 또한 정권의 편의에 따라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대법원장, 검찰총장, 판검사의 '모든 범죄'로 확대한 공수처법 개정안 또한 국민적 신뢰를 잃은 공수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며, 이는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한 사법부 장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견제와 균형 파괴 행위이다. 이미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수처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정권의 사법 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러한 법안들이 강행 통과될 경우, 천대엽 처장의 우려대로 재판의 위헌성 시비로 장기간 중단되어 '내란 재판이 조속히 종결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말살하고 정권의 의도에 따라 법과 정의가 유린되는 상황은 곧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사법 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것이 국가의 미래와 국민들의 권리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