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사과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이 되는 3일,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를 놓고 심각한 분열 양상이 재확인되었다.

소속 의원 107명 중 약 40명은 이날 계엄에 대한 이른바 '반성문'을 작성하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장동혁 대표는 계엄이 '의회 폭거' 탓이라는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당내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 당내 '사과파' 목소리 확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 움직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계엄 발생에 대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의 책임감을 통감하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견장에는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 일부 원내대표단만 배석했다.

이에 더해 소장파와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25명의 의원이 국회에서 별도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주도 세력과의 정치적 단절을 공언했다.

이 '반성문'은 재선 의원 주도의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이 초안을 작성한 뒤 뜻을 모아 발표한 것이다.

4선 안철수 의원, 3선 김성원, 송석준, 신성범 의원을 비롯해 재선인 권영진, 김형동, 박정하, 배준영, 서범수, 엄태영, 이성권, 조은희, 최형두 의원이 이름을 올렸으며, 초선인 고동진, 김용태, 김재섭, 박정훈, 우재준, 이상휘, 정연욱 의원과 비례대표 초선 김건, 김소희, 유용원, 안상훈, 진종오 의원도 함께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개별 사과 입장 표명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5선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야당의 입법 독재와 폭주가 아무리 심각했다 해도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박형수, 배현진, 한지아 의원 등도 국민께 사과하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민주당 출신의 조경태 의원은 광주를 찾아 '윤 전 대통령 단죄'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 담벼락을 넘었던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발언하는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장동혁 대표, '의회 폭거' 주장… 침묵 지킨 의원 다수

반면 장동혁 대표는 당내 여러 의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사실상 거부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언급하면서도, "12·3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주장하며 계엄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했다.

그의 이러한 메시지를 두고 당내에서는 "부적절한 메시지"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원외 인사인 김민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감한다"며 장 대표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엇갈린 입장에 대해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가 사과를 거부한 상황에서 송 원내대표의 사과는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하며 "장동혁 지도부가 지금 당원 다수의 마음을 대표하고 있는 게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집었다.

당내 60명이 넘는 의원들은 계엄 사태에 대한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법원 앞에서 구호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경호 의원 구속 심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리더십 시험대… 당의 원심력 우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를 두고 이견이 계속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분열은 '집토끼'(핵심 지지층)와 '산토끼'(중도 부동층)를 동시에 잡으려는 역할 분담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장동혁 대표가 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공개 사과를 회피한 점에서 당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 역시 제기된다.

지방선거의 성패가 걸린 수도권과 중원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