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진보·보수 단체들의 집결로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자유우파 시민들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옹호하며 집회에 나섰고, 이에 맞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단체들은 '내란 세력 척결'을 주장하며 국민의힘 해체까지 촉구하는 등 격렬한 대치를 이어갔다.

이날 저녁 예정된 진보 단체 집회에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으로, 여의도 일대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자유대학의 '계엄 사과 반대' 집회 현장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자유대학이 '계엄 사과 반대' 집회를 열었다.사진=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계엄 정당성 외치는 자유우파 시민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여의도로 결집했다.

'신자유연대'는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경찰 추산 약 400명의 자유우파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계엄 옹호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계엄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고 주장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로 행진했다.

특히 일부 참가자는 알파카나 반려견과 함께 나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반중 시위를 이어온 '자유대학' 또한 오후 4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계엄 사과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 추산 약 200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 집회에서는 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힘의 사과 움직임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밖에도 일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전부터 홍대입구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계엄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민주노총의 '12·3 민주노총 결의대회'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민주노총이 '12·3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 '내란 획책' 주장하며 국회 압박하는 진보 단체… 이재명 대통령 가세 예고

민주노총 등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12·3 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며 국회 앞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후 4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경찰 추산 약 1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12·3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내란 세력 완전 척결', '노동 중심 사회 대개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국민의힘 해체와 노동자 권리 확보를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내란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면 극우 독재는 반복될 것"이라며, "노동권 강화와 사회 대개혁으로 제2의 윤석열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 성향 '촛불행동' 역시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전국 동시다발 국힘당 해산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약 40여 명의 참가자들은 "내란을 청산하고 새 대한민국으로 나가야 할 시기에 국민의힘이 아직도 다수 야당인 것 자체가 내란의 연장"이라며 국민의힘 정당 해산을 촉구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전쟁을 유도하려 한 내란·외환 혐의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늦은 오후, 진보 단체 연합인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비상행동)는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개최할 예정이며, 약 1만 명으로 예상되는 참가자들은 '계엄 저지' 1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연 뒤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고되어 정치적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자유연대 행진에 나선 알파카와 집회 참여자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한 집회 참여자가 알파카를 데리고 행진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여의도 곳곳 물리적 충돌과 대규모 경찰 배치… 국론 분열 심화 우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을 가진 진보·보수 단체 및 일부 유튜버들이 같은 공간에 모이면서 여의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자유대학' 집회에서는 한 진보 성향 유튜브 촬영 직원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멱살을 잡혀 경찰이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국민의힘 당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던 중 길에 누웠다가 폭행당한 것으로 오인받거나,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구급차를 부른 참가자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여의도 일대에 기동대 83개 부대, 약 5천400명의 병력을 배치하여 집회 관리와 인파 통제에 나섰다.

12·3 계엄 사태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의 극명한 대립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 국가의 핵심 가치와 미래 방향성을 놓고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특정 진영의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극단적 대결 양상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상=유튜브 '뉴스핌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