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하는 피해 자매 할머니. 왼쪽은 홍 지회장.사진=연합뉴스
충북 옥천군 장애인야학 교장은 수업 중 지적장애인 여학생을 불러내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홍현진 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지회장은 17일 옥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중 여동생 A씨가 보호시설에서 잠을 자다 깜짝 놀라 울부짖으며 깨는 등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홍 지회장은 교장이 수업 중 교실 문을 살그머니 열어 A씨에게 손짓으로 불러낸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당시 수업을 맡은 강사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교장에게서 돌아올 때마다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울음을 참는 모습이었으며 강사가 이유를 묻자 교장이 문 뒤에서 '쉿' 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강사는 사건이 드러난 뒤 A씨에게 물었고 A씨는 최소 다섯 차례 이상 성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신봉기 옥천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강사가 교장의 호출을 몇 번 만류했으나 교장이 '잠깐이면 된다'며 A씨를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개했다.
홍 지회장은 또 다른 장애인 학생이 교장과 A씨가 껴안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교장이 눈을 마주친 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교장은 야학 화장실과 교장실 등에서 A씨를 성폭행하고 범행 후 먼저 나가라고 지시하는 등 계획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자매의 할머니는 가해자가 부모가 모두 지적장애인인 자매를 만만한 대상으로 삼았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성폭력을 이해하거나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할머니는 일요일마다 교장이 아이들을 불러낼 때 추가 지도를 해주는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할머니는 사건 이후 가족의 삶이 완전히 나뉘었으며 우울증과 수면장애로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할머니는 교장의 아내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 경찰 수사 시작 후 A씨에게 여러 차례 거짓말하지 말라며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할머니는 센터장의 사건 은폐 시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홍 지회장은 센터장이 소속 기관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방조하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도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직무 유기 혐의 수사를 요구했다.
최모(50대) 교장은 지적장애인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언니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은 이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으나 경찰은 언니 관련 범행을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했다.
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청주지법 영동지원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