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17일 쿠팡 청문회…김범석 증인 채택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했으나,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과 대신 참석한 외국인 증인들의 답변 태도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증인들의 무책임한 불출석과 진실 규명 회피성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번 청문회는 실효성 없는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 핵심 증인 김범석 의장 불참에 "국민 우롱, 한국 사업 포기" 여야 한목소리 비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방위원장은 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의 불출석 통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 경과와 책임 소재를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김 의장의 불출석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 매출의 90퍼센트(%)가 한국 시장에서 이뤄지는데도 쿠팡의 존폐가 걸린 청문회에 김 의장이 출석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포기했다는 의미"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호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라는 이유로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문회에서는 김 의장이 지난 2020년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이후 한국 법인 대표에게 '(고인이)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는 한 언론 보도도 거론되었다.

이에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하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사람 아닌가. 이것을 모른다고 하면 바지사장이라는 뜻인가"라고 질책했다.

핵심 빠진 쿠팡 '반쪽' 청문회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우 쿠팡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로저스 대표.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사진=연합뉴스


◆ 외국인 증인 '소통 부재'·'동문서답'에 질타 쏟아져… 청문회 파행 촉발

이날 청문회에서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와 브랫 매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Chief Information Security Officer) 등 외국인 증인들의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질의 시간 상당 부분이 통역에 할애된 상황에서, 증인들이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동문서답식 답변을 반복하여 청문회 진행에 난항을 겪었다.

로저스 대표 측 통역사는 한국어 소통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혀 못 한다"고 답했고, 매티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측 통역사도 "논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쿠팡의 2단계 인증 수단 미제공의 위법성 문제를 제기하자, 자료 화면 속 한국어 규정을 알지 못한다며 영문 버전 제공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김 의장의 불출석 사유를 묻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반복하여 지적을 받았다.

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은 중간에 통역사의 말을 끊거나 '짧게 답하라', '그만하라'며 증인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준석 의원은 통역 없이 질의하다 최 위원장으로부터 "혼자만 알아들으셨다. 통역 듣고 하겠다"는 제지를 받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로저스 대표는 "충분한 답변을 드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임시 대표는 허수아비 같다.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결국 "의미 없는 답변이 계속된다. 한국인 증인에게 질문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으며, 심지어 "시간 절약을 위해 자동 번역기를 화면에 띄우겠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활용하면 그냥 번역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회의 기록의 정확성을 위해 실제 인공지능(AI)은 활용되지 않고 순차 통역으로 진행되었다.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쿠팡 대표의 오찬과 관련해 김 원내대표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가운데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정감사 앞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찬 쟁점화…'쿠팡 로비' 의혹으로 확산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와 만난 사실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앞서 한 언론은 김 원내대표가 지난 9월 박 전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하며 쿠팡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직접적인 해명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쟁'으로 규정하며 맞섰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피감기관 대표를 만나 인사 청탁한 내용이 있다는데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것이냐"며 김 원내대표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도 "쿠팡이 이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여권에 로비하는 것은 이번 청문회에서 밝혀야 할 중요한 쟁점"이라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식사 자리에 배석했던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은 "밥값을 누가 냈는지는 모른다"며 "7월 중순쯤 더불어민주당의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 Task Force)가 서초 물류센터를 방문했으며, 센터 냉방 시설 점검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고 답했다.

이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여야 정쟁 도구로 활용하는 행위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언론 보도로 증인을 채택한다면 증인으로 부를 사람이 너무 많다"며 김 원내대표의 증인 채택에는 선을 그었지만, "식사 영수증을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