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차고지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Coupang Inc.)이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주주 집단소송을 당했다.

2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주주인 조셉 베리는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증권법 위반 혐의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베리를 대표로 하여 유사 피해를 입은 다른 주주들을 대리하고 있으며, 집단소송 특성상 참여 원고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장을 대리하는 로런스 로젠 변호사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라며 쿠팡이 허위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공표를 했거나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로젠 변호사는 “쿠팡은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로 인해 전직 직원이 약 6개월간 탐지되지 않은 채 민감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이에 따라 규제 및 법적 조사 위험이 중대하게 커졌다”고 밝혔다.

또한 “쿠팡이 정보유출 사고를 인지하고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보고서를 통해 공시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피고인들의 사업보고서상 공표는 중대하게 허위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사고 사실을 인지한 11월 18일 이후 4영업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으며, 실제로는 사고 인지 28일 만인 지난 16일에야 SEC에 공시했다.

쿠팡 주가는 사고 공시 전날인 11월 28일 28.16달러(약 3만9천 원)였으나, 이달 19일 23.20달러(약 3만2천 원)로 마감해 18% 하락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 취재진.사진=연합뉴스


한편 쿠팡은 2021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 활동을 벌여왔다.

미국 연방 상원이 공개한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년간 총 1천39만 달러(약 153억8천만 원)를 로비에 사용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01만 달러(약 14억9천만 원), 2022년 145만 달러(약 21억4천만 원), 2023년 155만 달러(약 22억9천만 원), 2024년 387만 달러(약 57억1천만 원), 올해 3분기까지 251만 달러(약 37억 원)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 대상은 연방 상·하원뿐 아니라 미 상무부,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광범위했다.

쿠팡은 로비 과정에서 미국 중소기업의 쿠팡 플랫폼을 통한 사업 성장, 일자리 창출, 수출 확대 효과 등을 강조했다.

가장 최근인 10월 보고서에서는 “미국 농업 생산자들이 쿠팡의 디지털·유통·물류 서비스를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과 “한국·대만·일본 등 동맹국과의 경제·상업적 연계 강화 방안”을 주요 로비 사안으로 명시했다.

쿠팡은 올해 4월 로비 보고서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VF)를 “지분을 보유하고 투자자로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로 신고했으나, 7월 보고서에서는 “더 이상 소유하거나 지배받지 않는 외국 법인”으로 변경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올해 쿠팡 주식 2조3천억 원 규모를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2021년 말 32.4%에서 17.39%로 하락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쿠팡은 국내에서 정부 조사와 경찰 수사에 직면해 있으며, 복수의 국내외 로펌은 미국 법원에서 쿠팡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별도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로젠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미 증권법에 따른 주주 집단소송으로, 소비자 정보유출 피해를 다투는 소비자 소송과는 구분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