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환율, 6개월째 상승
원/달러 월평균 환율이 상승세를 보인 21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6개월째 상승하며 내년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원/달러 월평균 환율은 6월 1천365.15원에서 7월 1천376.92원, 8월 1천389.86원, 9월 1천392.38원, 10월 1천424.83원, 11월 1천460.44원으로 올랐다.
12월 1∼19일 평균은 1천472.49원을 기록해 사실상 6개월 연속 상승할 전망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자극하며 소비자물가에도 점진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6% 상승해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도 0.3% 오르며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4% 상승해 8월 1.7%에서 9월 2.1%, 10월 2.4%로 3개월째 2%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먼저 반응하고,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로 전이된다”며 “고환율이 오래 유지될수록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7일에는 1,470원 안팎 수준이 유지되면 2.3%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10일 수정 전망에서 9월보다 0.2%p 높은 2.1%를 제시했다.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내년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말 1.9%로 10월 말보다 0.1%p 높아졌다.
KB증권은 지난 3일 0.2%p 상향한 2.2%를 제시했다. 다만 전망치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문제는 물가 상승 시 저소득층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40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올해 3분기 1분위 가구는 소비 지출의 약 40%를 먹거리·주거·전기·가스 등 생계형 항목에 썼다. 이는 5분위 가구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9%로 작년 7월(3.0%)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김광석 실장은 “수출 대기업은 생산성 증가로 고소득층 소득이 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아 양극화가 고조된다”며 “여기서 물가가 상승하면 저소득층에 더 가혹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7일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며 고환율로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각 부처 차관급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임명해 생활물가 관련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을 포함한 소관 품목을 책임 관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