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법 국회 본회의 상정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법이 상정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상정했으며,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전담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위헌성 소지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법안은 재판부 구성의 기준을 법원 판사회의에 일임하면서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란·외환·반란죄 전담재판부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될 길이 열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안이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처분적 법률'이며, 이로 인해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고법, 오늘 대법 예규 관련 전체판사회의
서울고등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대법원 예규를 논의하기 위해 전체 판사 회의를 열 예정인 22일 서울고법이 있는 서울법원청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전담재판부 구성, 위헌성 해소 평가 속 논란은 여전
이날 국회 본회의에 최종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기존 더불어민주당 안과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으로 '판사 추천위원회'를 삭제했다는 부분이다.
대신 내란전담재판부를 둘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사회의에서 전담재판부의 수와 판사 요건 등 구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절차에 따라 각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기준에 맞춰 사무를 분담하고 판사회의 의결을 거치면, 법원장이 해당 전담재판부 판사를 보임하는 방식이다.
사법부에서는 법원 외부 인사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할 여지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위헌성 소지를 일정 부분 해소한 것으로 평가한다.
한 법원 관계자는 "외부인이 후보 추천을 통해 판사를 구성하고 그 판사들이 특정 사건을 맡는다는 점에서 판사들 사이에서 위헌성 우려가 가장 컸는데, 그러한 부분에서는 위헌성이 상당히 없어진 것이 맞다"고 밝혔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기존에 법원 내부에서 사무분담을 정하듯 한다는 점에서 위헌성은 많이 사라진 것 같고, 전담재판부도 2개 이상을 두도록 했으니 나름대로 임의 배당 비난도 피할 여지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재판을 맡게 될 법원 판사회의가 그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법원에 자율성을 부여한 법안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다른 부장판사는 "재판부를 구성할 판사를 지명·추천하는 방식, 이른바 '특정해서 꽂아놓는다'는 식의 표현들이 모두 빠졌다"며 "운용하기에 따라 위헌성 여지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대법원 예규가 정한 대로 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특검기소' 첫 재판 출석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대통령 겨냥 '처분적 법률' 비판 여전
특히 최종 법안은 전담재판부 구성을 규정한 9조 4항에서 '1항부터 3항까지 규정한 사항 외에 전담재판부 구성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 예규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당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재판에 관한 법률임을 명시했던 기존 법안과 달리, 최종안은 '내란, 외환 및 반란 범죄 중 국가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사건'을 적용 대상으로 정한 것도 주요 차이점이다.
법안 이름 역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을 빼고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처분적 법률'(특정한 개인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안의 방식과 무관하게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하나만을 위한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위헌적 요소가 많이 해소되었다고 해도 사전에 배당에 대비하여 어떤 재판부를 선정하고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한 사건만을 위해 재판부를 출범시키는 선례가 생기면 다른 사건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 역시 "피고인 입장에서 이 사건을 처리할 재판부가 나중에 꾸려지는 셈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이므로 어떤 의도나 성향, 이런 부분이 시빗거리가 될 경우 평등의 원칙이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는 "내란 사건은 40여 년 전에 한 번 있었고 언제 다시 있을지도 모른다. 비상계엄이라는 단 하나의 사건을 대상으로 해서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재판부 법안"이라며 "아무리 전담재판부라 이름 붙여도 특별재판부이고, 위헌성을 떨쳐내지 못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실효성 및 법조문 혼란 지적… 필리버스터 이후 법안 처리 전망
위헌 논란 속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법안이 사실상 예규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실효성을 잃었다거나, 법조문만으로는 재판부 구성에 관한 점이 불분명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판사는 "법을 추상화하여 아무도 예측 못 하는 재판 구성을 왜 입법을 통해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이 재판을 통해 적법하게 처벌받는 것이 목적인데 재판부 구성에서부터 어떤 빌미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지금 대법원 규칙에 따르더라도 판사회의에서 사무분담 기본원칙을 정하도록 되어 있고, 일정 부분 현재 정기인사 때 사무분담과 비슷해 보인다"며 "굳이 법으로 할 실익이 무엇인가. 굳이 따지자면 해당 재판부가 다른 사건은 안 한다는 내용 정도가 있을 텐데 그런 것은 대법원 예규에도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상정에 대해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시도 자체가 위헌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면 무제한 토론 시작 후 24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토론 종결 표결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2025년 12월 23일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