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지도자들을 “새끼돼지들”로 비하한 발언에 대해 크렘린궁이 “돼지 부하들”이라는 공식 영문 번역을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국방부 간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배경을 설명하며 “유럽의 새끼돼지들이 즉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어 원문 ‘포드스빈키’(подсвинки)는 유럽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난하는 표현이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가 방위비를 늘려 러시아를 공격할 준비를 한다고 비판하며 유럽의 ‘러시아 위협론’을 거짓 주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 단어를 ‘little pigs’나 ‘young pigs’ 등으로 번역했으나 정확한 뉘앙스가 모호해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 국영방송 기자 파벨 자루빈은 텔레그램에서 외국 기자들이 번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미 CNN 기자가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이 표현을 묻는 질문에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체적인 한 무리의 사람들을 지칭했다. 불특정 다수의 무리를 의미했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은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영문 번역본을 공개했다.

17일 국방부 연설과 19일 기자회견 영문 번역에서 ‘포드스빈키’를 ‘돼지 부하들’(swine underlings)로 표기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이 표현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반러시아 정책을 따르며 러시아 붕괴로 이익을 보려 한 유럽 지도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내에서는 이 단어를 유럽 비하 표현으로 널리 쓰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을 소유한 국영 미디어 그룹 로시야 세고드냐의 드미트리 키셀레프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돼지들’은 올해의 유행어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