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처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연단에 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장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범여권 정당들의 종결 동의로 필리버스터가 종료될 때까지 토론을 이어갔다.사진은 23일 장 대표가 무제한 토론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연단에 나서 24시간 발언 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의 의결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핵심 내용과 위헌성 지적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두 개 이상 설치하고, 전담 재판부 구성과 관련된 사항을 모두 대법원 예규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장동혁 대표는 밤샘 무제한 토론을 통해 이 법안의 위헌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은 이 법이 통과된다면 법치주의와 국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강력히 건의해야 하며,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재의요구권 건의를 하지 않더라도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주려면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에게 박수 받는 장동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24시간 동안 홀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장동혁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와 기록 경신

판사 출신인 장동혁 대표는 지난 22일 해당 법안이 상정된 직후인 오전 11시 40분 경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서 밤샘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24시간이 경과하여 토론이 강제 종결된 23일 오전 11시 40분까지 총 24시간 발언하며 종전 최장 기록인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의 17시간 12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2일 필리버스터 시작 이후 20명 안팎의 조를 편성하여 23일 새벽까지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장 대표가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는 순간, 본회의장에서는 "기록 깼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새벽 5시 3분 경 장 대표가 종전 기록을 돌파하자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리며 본회의장으로 와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정성호 법무장관 페이스북 글 캡처.사진=연합뉴스


◆ 야당 대표의 경고 메시지, 여당 장관의 국무위원석 수호

장동혁 대표는 필리버스터 발언 중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법에 의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법에 의해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법에 의해 국민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국민께서 어떤 의원이 이 법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영원히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밤샘 필리버스터 동안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을 지키며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을 경청했다.

정 장관은 필리버스터 시작 후 18시간이 지났을 때 에스엔에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에 '셀카'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 "장 대표가 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저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며 "대화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성찰해봤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해 본다"고 덧붙였다.

24시간 필리버스터 뒤 당 대표실로 향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24시간 동안 홀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국민의힘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격화된 여야 공방과 법안의 표결 처리

필리버스터 진행 23시간이 지났을 무렵, 찬성 토론을 위해 대기 중이던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찬성 토론 기회도 달라"고 요구했고, 우 의장이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라 발언자에 달렸다"며 김 의원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뒤섞여 잠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병주 의원이 장 대표에게 "기록 세우러 나왔느냐"며 항의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의힘 대표 너무 잘한다"고 외치며 박수로 격려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이제 슬슬 두려운 것"이라고 비꼬며 토론을 이어갔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를 알리자 토론을 마친 장동혁 대표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낸 뒤 본회의장을 나섰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창피하다"고 말하며 법안을 표결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