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시마호 명부.사진=외교부/연합뉴스

1945년 광복 직후 일본으로 강제 징용되었다가 고국으로 돌아오던 조선인들을 태운 채 침몰한 '우키시마호' 사고와 관련,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명부상 승선자와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우키시마호 명부분석 3차 경과 보고회'를 통해 유족과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명부 분석 결과를 발표했으나, 유족 및 시민단체는 공개된 명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실 규명을 위한 추가 자료 확보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우키시마호'는 지난 1945년 8월 22일, 강제 징용되었던 조선인과 그 가족들을 태우고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출항하여 부산으로 향하던 중, 출항 이틀 만인 8월 24일 일본 교토 앞바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한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행정안전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명부를 확인·분석한 결과, 명부상 승선자는 총 3천542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528명이라고 밝혔다.

출신 지역별 승선자 수는 충남이 9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592명, 충북 537명, 경남 470명, 전북 451명 등의 순이었다.

황해도 6명, 평안북도 5명, 평안남도 5명, 함경북도 1명 등 북한 출신 승선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망자는 충남 출신이 128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승선자 수 3천542명은 일본 정부가 1950년에 발표한 3천735명보다는 193명 적은 숫자이며, 사망자 수 528명은 1945년에 발표한 524명보다는 4명 많은 수치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제공받은 1차, 2차 명부와 올해 받은 3차 자료에서 도출한 총인원 1만8천176명을 1년여간 분석하여 중복으로 기재된 승선자 수를 제거하고, 동일인으로 오인된 동명이인을 사망자 수에 추가하는 과정을 거쳐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우키시마호 침몰 사고 직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근무한 작업장별로 승선자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수합하는 과정에서 중복 기재나 오기가 많아 인원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고회에 참석한 유족들은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한 강한 불신과 우려를 표명했다.

한 유가족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가족 5명이 우키시마호 침몰 사고로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오전에 재단에서 명단을 확인했는데 가족 중 단 한 사람의 이름도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명신 우키시마호사건 헌법소원 청구인대표자회의 공동대표는 "승선자 3천542명이라는 숫자가 너무 적어서 믿을 수 없고, 승선자와 사망자가 일본 정부가 기존에 제시한 숫자와 큰 차이가 없어서 공개된 명부가 전부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행정안전부가 외교부를 통해 명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우키시마호 명부 분석 3차 경고 보고회
29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우키시마호 명부 분석 3차 경고 보고회에서 유가족 및 관계자가 이날 공개된 명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경과 보고회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았던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총 75종에 대한 승선자와 사망자 수를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분석하여 공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승선자 명부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지난해 5월 일본 언론인 후세 유진(布施祐仁)의 정보공개 요청으로 명부의 존재가 알려졌고, 이후 일본 정부는 확보한 75건의 자료를 세 차례에 걸쳐 한국에 모두 제공했다.

행정안전부는 명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인의 가족이 승선자 명부에 기재되었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유가족들에게 해당 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분석 결과를 과거 피해 사실 조사 자료와 제적부 등 정부 자료와 비교·검토할 계획이다.

이 검증 작업이 마무리되면 새롭게 파악된 승선자 및 사망자 등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로금 지급 등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윤숙 행정안전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지원과장은 "추가 자료 확보를 통해 기존 명단에 없는 피해자를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이를 위해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일본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청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우키시마호 명부 인명정보 검색도구'를 구축하여 향후 유족 지원 및 정보 제공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