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독일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독일 데페아(dpa, Deutsche Presse-Agentur) 통신이 보도한 컨설팅업체 이와이(EY, Ernst & Young)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 기준 독일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이자·법인세 차감 전 조정 영업이익(EBIT, 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은 1천20억 유로(약 172조4천억 원)에 그쳐 지난해보다 15퍼센트(%) 급감했다.
이들 기업의 총매출은 1조5천500억 유로(약 2천620조 원)로 추산됐으나,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0.6퍼센트(%) 증가에 그치며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였다.
이와이(EY)의 전문가 얀 브로르힐커는 "2025년은 독일 경제에 또 다른 위기의 해"라고 규정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위기, 미국의 무역 정책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또한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가중되고 비용 압박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로르힐커는 이러한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특히 수출 주도형 독일 기업들은 2025년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분석하며, 대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독일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음을 시사했다.
독일의 중추 산업인 자동차 부문 역시 매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폭스바겐, 비엠더블유(BMW, Bayerische Motoren Werke),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매출 합계는 4천372억 유로(약 739조1천억 원)로 전년에 비해 2퍼센트(%) 감소했으며, 화학 기업들의 수익은 무려 71퍼센트(%) 급감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독일의 전통적인 핵심 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비용 상승, 그리고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 등 여러 압박 요인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과 헬스케어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독일 경제의 일부 희망적인 단면을 보여주었다고 데페아(dpa)는 전했다.
상장 기업들의 어려움은 인력 운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주요 기업 상당수가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있으며, 특히 관리직군에서 인력 감축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브로르힐커는 여기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적용이 확대되는 것의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청년층에게 노동 시장이 긴장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여 구조적 변화에 따른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독일 경제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0.2퍼센트(%)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과거 유럽 경제를 견인했던 독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구조적 문제 해결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