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동부전구 함포 사격 모습.사진=동부전구 소셜미디어 캡처/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사상 최대 규모 대(對)대만 무기 판매에 강력히 반발하여 만 8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에 전격 돌입했다.
이는 역내 무력 현상 유지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인 도전으로 풀이되며,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9일 오전 7시 30분(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날부터 동부전구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하여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서남부·동남부·동부에서 '정의의 사명-2025'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해·공군의 전투 대비 순찰과 종합 통제권 탈취, 주요 항만·지역 봉쇄, 외곽 입체 차단 등을 중점 목표로 설정하고 군함과 군용기가 여러 방향에서 대만으로 접근하여 '합동 돌격'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동부전구는 이를 통해 부대의 합동 작전 능력과 실전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동부전구는 이날 오전 8시 동부전구 해군·공군이 대만을 둘러싸는 경계 순찰을 실시했으며, 오전 11시 20분에는 대만 북부와 서남부 해·공역에서 구축함·호위함·전폭기·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하여 원거리 화력과 협동하는 해·공 추적 섬멸 및 육상 모의 타격, 해상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오전 11시 40분경에는 대만 동부 해역에서 해상 돌격과 구역 통제, 잠수함 탐지·타격 훈련이 이어졌고, 오후 3시에는 서남부 공역에서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드론 등이 공중 전투 훈련을 벌였다.
오후 4시에는 폭격기 편대가 대만 동부 먼바다를 순찰하며 원거리 기습과 정밀 타격 등 역량을 검증했고, 오후 5시에는 대만 동남부 해·공역에서 항공기 협동과 해상 타격, 원거리 공격, 종합 지원 훈련이 이루어졌다고 동부전구는 전했다.
중국 해경 역시 푸젠성 해경 함정들을 동원하여 이날 대만을 둘러싼 순찰을 벌이며 대규모 '무력 시위'에 나섰다.
중국군 동부전구가 발표한 30일 사격 훈련 지역.사진=동부전구 소셜미디어 캡처/연합뉴스
이번 훈련은 올해 4월 대만 포위 훈련 때와 마찬가지로 이틀간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부전구는 이미 이날 오전, 12월 3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만을 둘러싸고 해상 실탄 사격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국군은 그간 대만 총통의 발언이나 대만과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교류를 문제 삼아 '대만 포위' 훈련을 벌여왔으며,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여 개시한 훈련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7차례 '대만 포위 훈련'이 있었다.
이번 훈련은 미국이 이달 18일 대만에 역대 최대 규모인 111억540만 달러(약 한화 16조 원)어치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이 직접적인 빌미가 되었다.
미국 정부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 리스트에는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 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와 엠107에이7(M107A7) 자주포, 자폭 드론, 전술 임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승인 당일 "미국이 무력으로 독립을 돕는다면 스스로 지른 불에 불탈 것"이라고 맹렬히 반발한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미국 주요 군수업체 20곳과 경영자 10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무력 시위에 나섰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군사 훈련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를 겨냥한 것이라는 질의에 "군사 훈련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무력으로 독립을 도모하는 것에 대한 엄중한 징벌"이라며, "외부 세력이 대만을 무장시키면 대만해협을 전쟁 위기로 밀어 넣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는 별도 입장문을 통해 '대만 무장'을 추진하는 것이 미국을 대외 간섭이라는 낡은 길로 돌아가게 하려는 '소수 극단 세력'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 3시 기준으로 해상에서 중국군 군함 14척과 해경선 14척이 포착되었고, 서태평양에서는 공격함 편대 소속 군함 4척이 관측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총 89대의 중국군 군용기·드론이 식별되었으며 이 가운데 67대가 대만 대응 구역에 진입했다고 설명하며 중국의 무력 시위 규모를 공개했다.
대만은 중국이 현상(status quo)을 타파하고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한편, 중국과 마찰을 겪고 있는 일본·필리핀 등 주변국과 대만이 유사한 처지임을 강조했다.
대만 총통부(대통령실)는 "중국의 이번 행동은 대만해협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하고 안정된 현상을 난폭하게 파괴한 것"이라며 "최근 국제 사회는 지역 내에서 중국의 위력을 앞세운 확장과 군사 위협에 고도로 주목하고 있다.
수개월간 중국은 연이어 일본·필리핀 등 도련선(제1도련선) 주변에서 각종 교란·위협을 했고, 일방적으로 지역 긴장 정세를 높이면서 현상을 파괴했다"고 주장하며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다만 야권의 반발 속에 '대만판 골든돔' 구축 등 방위비 증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날 대만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의 침공 능력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라이 총통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은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방군에 2027년 전에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고 명령했다고 폭로했는데, 사실이라면 중국이 현재 대만을 병합할 충분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만하지 않고 방위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바다를 건너 침략하는 것의 난도를 높이고 '고슴도치(전략)'를 더욱 날카롭고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체 방위력 강화를 통한 억지력 확보의 중요성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