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기자회견하는 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후, 미국이 제안한 15년간의 안전보장안에 대해 30년에서 50년간의 장기적인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실적인 종전 해법 모색보다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이익을 확보하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종전 해법 마련에 난항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과 에이피에프(AFP) 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메신저 앱을 통해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강력한 미국의 안전 보장을 확인했으며,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안 초안에 미국의 15년간 안전 보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미 전쟁이 15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안전 보장이 더 길어지길 진심으로 원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30년, 40년, 50년 가능성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제안을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명확한 승낙보다는 숙고의 입장을 취했음을 시사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외국군이 주둔해야만 진정한 안보가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안전 보장이 없다면 러시아 재침공의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에 전쟁이 진정으로 끝났다고 간주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외국 군대의 전후 우크라이나 주둔은 러시아가 강하게 반대하는 조건이어서, 이러한 요구가 실제 종전 협상에서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감한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돈바스 지역을 자유경제구역으로 두는 안을 계속 협상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세부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유경제구역 구상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하며 국민적 합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문제 역시 여전히 미해결 상태임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안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20개 항의 종전안이 우크라이나 국민투표에 부쳐져야 한다며,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최소 60일간의 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발효 중인 계엄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나고 서방의 안전 보장을 받은 후에야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개 항의 종전안에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유럽이 함께 서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실무 그룹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종전안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미국과 유럽 관계자가 만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모든 형태의 소통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으나,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요구들로 구성되어 있어, 실질적인 종전 협상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되며, 특히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