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긍정적 평가에 동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완전 철군이 협상의 전제 조건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가 자국의 점령지 유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종전 논의가 현실적인 난관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
타스 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종전 협상이 가까워졌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2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 종전 합의가 95퍼센트(%) 정도 가까워졌으며 협상이 잘 되면 몇 주 안에 타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러시아의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 대해 "키이우 정권의 군대가 돈바스의 행정 구역 경계를 넘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하며 타협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했다.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약 90퍼센트(%)를 점령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나머지 지역에서도 철군을 요구하고 있어 이 영토 문제는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맥락에서 군사 분쟁 종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잃고 있고 계속 그럴 것이다. 내일의 상황은 오늘과 다르리라는 것이 플랜 에이(Plan A), 플랜 비(Plan B), 플랜 씨(Plan C)"라고 덧붙였다.
이는 돈바스 영토와 관련하여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이러한 요구가 자포리자와 헤르손에도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으며, 러시아는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75퍼센트(%)를 점령 중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돈바스에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하고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가 공동 관리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 논의는 부적절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한 90퍼센트(%) 합의가 이뤄졌다는 종전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현재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시 전화 통화할 예정이며, 이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내용 정보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먼저 전화 통화를 했으며, 다시 통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정교회 크리스마스인 내년 1월 7일 휴전하는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모든 정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대한 높은 벽을 세우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