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두다 폴란드 대통령
지난 2024년 10월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폴란드 공동언론발표를 마치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또다시 세계 시장을 무대로 역대급 성과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9일 폴란드 군비청과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의 3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5조6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주를 달성했다. 유럽연합(EU)의 역내 방산 블록화 심화 속에서 거둔 이 쾌거는 '케이(K)-방산'의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성과가 특정 정권의 공으로만 귀결되려는 경향은 법치와 사실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이번 천무 3차 계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022년 폴란드 정부와 체결한 천무 발사대 및 유도미사일 수출 기본계약에서 파생된 것이다. 당시 맺어진 1차 계약이 5조357억 원, 2024년 2차 계약이 2조2천억 원 상당으로 이루어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24년 10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2025년 4월 탄핵 이전)과 정상회담을 가지고 K-9 자주포 및 K2 전차 생산 라인을 직접 시찰하며 양국 간의 방산 협력 의지를 다졌던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이번 쾌거는 현 정부의 단기적 '특사 파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시기부터 꾸준히 축적된 외교적 노력과 국방 협력의 일관된 기조가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방산 부문 수출 호조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K-9 자주포와 천무 등 지상 무기체계 수출 포트폴리오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이재명 정부는 이번 성과를 '이재명 대통령의 특사 파견 등 적극적 방산 외교'의 결과물로 포장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폴란드 방문 등 최근의 외교 노력이 일조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방산 계약은 특정 정권의 단기적인 외교 활동만으로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방력이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과 국방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기업들의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결합된 결과다. 이러한 맥락을 무시하고 오로지 현 정부의 단기적 성과로만 포장하려는 시도는 국정 운영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며,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이는 전 정권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현 정권의 치적으로만 내세우려는 구태적 정치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익을 위한 노력은 일관되게 지속되어야 하며,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함을 담보해야 한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는 과거의 좋은 정책과 성과는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힘써야 하며, 비판과 견제는 오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이번 K-방산의 빛나는 성과를 통해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진정한 국가 발전은 정치적 수사에 갇히지 않고, 오직 객관적 사실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K-방산의 성공을 특정 정파의 전유물로 삼으려는 시도를 멈추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겸허한 자세로 국민 통합과 신뢰 회복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프리덤타임즈'가 지향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요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