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023년 말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개 국가 관계' 선언.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동생 김여정(노동당 부부장)은 28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화해 제스처를 “감상적인 말 몇 마디”라며 평가 절하하고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으로, 김여정은 이를 김정은의 의중이 담긴 공식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은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전단 살포 중지, 개별 관광 허용 등을 “성의 있는 노력”으로 언급했으나, “스스로 초래한 문제에 대한 조처일 뿐 평가할 만한 일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강 대 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 대 선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스스로 자초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여정은 “한국은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대결 기도를 전임자와 다름없이 이어가고 있다”며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8월 중순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을지프리덤실드) 연합연습의 축소나 연기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대적관계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며 “다음 달 연합훈련이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여정은 또한 정부가 검토 중인 통일부 명칭 변경을 겨냥해 “해체되어야 할 통일부의 정상화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은 흡수통일 망령에 포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방안은 “헛된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김여정의 담화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됐으며, 노동신문 등 대내매체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담화를 주로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