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00세이브 달성한 오승환.

지난 2023년 10월14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400세이브를 달성하며 팀 승리를 지켜낸 뒤 마운드 위에서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끝판왕'으로 불리는 오승환(삼성 라이온즈·43세)이 현역 선수 유니폼을 벗는다.

삼성 구단은 6일 "오승환이 지난 주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유정근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하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2005년 오승환.사진=연합뉴스


◆ 오승환, 현역 은퇴 결정…삼성, 21번 영구 결번 및 '은퇴 투어' 등 구체적 예우 방안 발표

삼성 라이온즈는 오승환의 등번호인 2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삼성의 영구 결번은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네 번째이다.

오승환은 향후 별도의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할 계획이다.

삼성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타 구단과의 협의를 거쳐 오승환의 은퇴 투어를 진행하고 시즌 말미에 은퇴 경기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삼성 구단은 오승환이 원할 경우 해외 코치 연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신 소속 시절 오승환.사진=연합뉴스


◆ 케이비오(KBO) 한미일 통산 세이브 '금자탑'…'돌직구' 세계 무대서도 통했다

오승환은 6일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 통산 737경기에 등판해 44승 33패, 19홀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남겼다.

오승환이 한국과 미국, 일본프로야구에서 쌓은 통산 세이브는 무려 549개이다.

그는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며 "투수로서 다양한 리그에서, 정말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많은 분이 분에 넘치는 응원을 보내주셨다"며 "모든 분께 감사했고, 은퇴 후에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

경기고와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오승환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삼성에 입단해 그해 4월 27일 엘지(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첫 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 역사의 집필을 시작했다.

그해 7월 주전 마무리 투수가 된 오승환은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의 특급 성적으로 정규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아울러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 Most Valuable Player)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에는 아시아 단일 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47세이브)을 경신하며 최고 마무리 투수의 입지를 굳혔고 세이브와 관련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0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에도 오승환의 위력은 대단했다.

강력한 악력으로 던지는 '돌직구'로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를 평정했으며, 엄청난 회전수를 자랑하는 오승환의 직구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직구로 평가받았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해외에서도 통했다.

그는 2014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Hanshin Tigers)에 입단해 39세이브를 올리며 선동열 전 감독이 1997년 주니치 드래건스(Chunichi Dragons)에서 기록한 38세이브를 넘어 일본 무대 한국인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울러 클라이맥스 시리즈 6경기에 모두 등판해 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하고 KBO리그 출신 한국인 최초로 일본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의 신기원을 열었다.

2015년에는 41세이브를 올리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오승환.사진=연합뉴스

2016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Major League Baseball)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와 계약해 빅리거(Big Leaguer)의 꿈을 이룬 오승환은 한국인 최초로 한국과 미국, 일본프로야구에서 모두 세이브를 수확했고 2019년 9월 빅리그 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42세이브를 쌓았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2020년 8월 14일 두산 베어스(Doosan Bears)전에서 한미일 통산 408세이브를 올려 아시아 최고 기록인 이와세 히토키(은퇴)의 407세이브를 넘어섰고 2023년 6일 엔씨(NC) 다이노스(Dinos)전에선 최초의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5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023년 10월 14일 에스에스지(SSG) 랜더스(Landers)전에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 통산 4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오승환은 또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 역대 최고령 세이브(만 42세 42일), 최소 경기 100세이브(180경기), 최연소·최소 경기 200세이브(29세 28일·334경기) 등 다양한 기록도 남겼다.

그는 야구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는데,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World Baseball Classic) 3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위 등 한국 야구 전성기의 중심에 있었다.

투구하는 오승환.사진=연합뉴스


◆ 계약 마지막 해 부상과 부진…통산 해외 리그 성적 기록 조명

2024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Free Agent)가 된 오승환은 삼성과 2년 22억 원에 계약했고, 6월까지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사자 군단'의 뒷문을 책임졌다. 그러나 오승환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해 후반기부터 급격한 구위 난조를 보이며 부진을 거듭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을 앞두고는 모친상 아픔 속에 스프링캠프(Spring Camp) 훈련을 모두 마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고전했다.

지난 6월 4일 에스에스지(SSG)전에서 올 시즌 처음 등판한 오승환은 7월 8일 엔씨(NC)전까지 총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31의 성적을 거둔 뒤 2군으로 내려갔고, 지난달 30일 케이티(kt) 위즈(Wiz)와 퓨처스리그에서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한 뒤 더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2시즌 동안 127경기에 등판해 4승 7패, 12홀드, 80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를, 메이저리그(MLB)에서는 4시즌 동안 232경기에 출전해 16승 13패, 45홀드, 42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오승환의 전매특허인 '돌직구'는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돌부처'로도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