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장관, 영장실질심사 출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9일 이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위증 등 세 가지 중대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했다.
이번 기소는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사례로,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수뇌부를 향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계엄 방조 및 내란 적극 가담 혐의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수장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국무위원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의 시각에 따르면, 평시 계엄 주무 장관으로서 대통령의 자의적인 계엄 선포를 막아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을 공모하고 방조한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대통령에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고, 국무위원들도 반대한다'는 취지로 호소하며 비상계엄을 반대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반대 의견 개진이 충분치 않았거나,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내란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일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문화방송(MBC), 제이티비시(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문건을 건네며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 통화에서 단전·단수 관련 지시가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이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전 장관의 행위가 내란 관련 행위를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조직법상 치안(경찰청)과 소방(소방청) 사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직무권한을 남용해 소방청장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브리핑하는 박지영 특검보
박지영 내란 특검보가 지난달 15일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헌재 위증 혐의 추가 및 핵심 증거 제시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상 경찰청과 소방청을 소속기관으로 두고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안전 및 재난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지닌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우두머리로 하는 국헌 문란 목적 폭동에 가담해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며 "계엄 선포 사실을 듣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개진했는지 등도 평가해 기소했다"고 강조했다.
공소장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월 11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포함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Closed Circuit TeleVision) 영상 등을 토대로 이 증언이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박 특검보는 "확보된 CCTV를 통해 이 전 장관의 행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에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 여망을 무시하고 자신과 공범들 범죄를 은폐하고자 위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이 구속 기소된 것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이 전 장관이 두 번째다.
'계엄의 두 축'으로 지목된 두 사람이 모두 재판에 넘겨진 만큼,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국정 2인자였던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신병 확보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계엄 방조부터 사후 문건 작성, 정부 부처 출입 통제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