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대통령 중국 특사단.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에 파견한 특사단이 24일(현지시간) 베이징 조어대에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나 면담·만찬을 갖고 이재명 대통령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 친서를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25일 밝혔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단장을 맡은 특사단은 한중 수교 33주년 기념일에 왕 부장에게 새 정부가 한미동맹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가운데, 국익과 실용적 관점에 기반하여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왕 부장은 한국 새 정부가 특사단을 통해 한중관계 발전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준 데 깊은 사의를 표하며, 대통령 친서를 시 주석에게 신속히 보고하겠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2026년 APEC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사단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으며, 양측은 이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면담에서는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 위해 인문 교류, 경제 협력,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기로 했다.
양측은 또한 양국 관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민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
박 단장은 서울대-북경대 간 합동 연구 등을 통해 양국 국민 간 우호 감정 악화의 원인과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고, 왕 부장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사단은 서해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심해 연어 양식 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한 특사단은 중국 내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권익 보호, 그리고 광복 80주년을 맞아 중국 내 사적지 관리·보존을 위한 중국 측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
친서 전달한 박병석 특사단장
대통령 특사단장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왼쪽)이 24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친서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문제에 대해 특사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통해 남북 대화와 교류를 재개하여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국의 지속적인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한국의 새 정부와 협력하여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면담에서 한국 특사단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특사단은 "한국은 항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왔으며, 중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병행 발전시켜 지역의 평화, 안정, 발전, 번영을 공동으로 수호해 나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본토와 대만·홍콩·마카오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국가이며, 합법적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외교·안보 측면에서 자국의 '핵심 이익' 중 하나로 꼽는 원칙이다.
왕 부장은 이번 면담에서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일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인민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와 국제적 공정·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며, "중국과 한국은 국제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무역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박정 의원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이 포함된 특사단은 27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중국 측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은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과 한중 경제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했으며, 전직 주한중국대사들을 초청하여 오찬을 함께했다.
오는 26일에는 한정 국가부주석 및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급)과 면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