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 전달한 박병석 특사단장
대통령 특사단장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왼쪽)이 24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친서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로 떠난 24일, 동시에 중국에 특사단을 파견했다.

이는 한미동맹을 외교의 근간으로 삼으면서도 대중 외교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실용 외교' 차원의 접근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국 측 반응과 국내외 시선 속에서 이 외교적 행보의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 한미 관계 우선 강조 속 대중 외교의 미묘한 시선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은 한중 수교 33주년 기념일인 24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 친서를 전달했다.

특사단은 새 정부가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국익과 실용을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 측 왕 부장은 한국 특사단의 방문과 메시지에 사의를 표하며 친서를 시 주석에게 신속히 보고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특사단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나의 중국'은 대만·홍콩·마카오가 중국 본토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국가이며, 합법적 정부는 하나라는 중국 당국의 핵심 이익으로, 이는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아 한중 간 외교적 온도차를 드러냈다.

또한 중국 왕이 부장은 면담에서 국제 자유무역 체제 수호, 무역 보호주의 반대, 다자주의 이념 실천 등을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서해 잠정 조치 수역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한 '상호 관심사 존중'은 한국 외교부 보도자료에만 강조되었고 중국 측은 언급하지 않아, 서해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를 보였다.

기념촬영하는 대통령 특사단
박병석 전 국회의장(왼쪽 네 번째)을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특사단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오른쪽 네번째)을 24일 베이징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미국 언론,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이재명 정부 과거 발언 주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와 엔비시(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한국의 대미 투자 기금 구체화 등 민감한 의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언론은 특히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의 대북 방어력 약화 및 대만 관련 분쟁 개입 가능성을 높인다는 한국 내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지렛대로 한국에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한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까지 조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발언했던 "미군은 점령군", "대만에 셰셰 중국에 셰셰" 등 과거의 친중·친북 및 반미적 발언들이 현재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희대 주재우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 요구가 강하게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며, 중국이 이재명 대통령 특사단을 마냥 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특사단은 이번 방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면담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과거 박근혜·문재인 정부 특사단이 시 주석을 만났던 전례와 비교되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복잡한 외교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