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만 뚝뚝…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이래 최대' 속출.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론의 '이자 장사'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의 핵심 이익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통계에 따르면 상당수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2022년 하반기 공시 시작 이래 최대치에 근접했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방침으로 대출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반면, 예금금리는 3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의 본질적인 수익원이며 격차가 클수록 이자 수익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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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41~1.54%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하고 계산한 결과로, 서민 대상 정책금융 상품의 높은 금리가 예대금리차를 왜곡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54%포인트로 가장 큰 예대금리차를 보였고, 이어 신한은행이 1.50%포인트, NH농협은행이 1.47%포인트, 하나은행이 1.42%포인트, 우리은행이 1.41%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이 6.03%포인트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씨티은행(3.33%포인트), 제주은행(3.13%포인트), 케이뱅크(3.01%포인트), 광주은행(2.79%포인트)도 3%포인트 안팎의 높은 격차를 보였다.

지난 6월과 비교하면 KB국민은행(0.10%포인트), NH농협은행(0.07%포인트), 하나은행(0.04%포인트), 우리은행(0.04%포인트)의 예대금리차가 더욱 확대됐다.

주요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꾸준히 확대되다가 금융당국 등의 지적이 나온 이후 일시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수요 억제에 나서자, 대출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거나 일부 상품에서는 오히려 상승하면서 예대금리차는 6월과 7월 두 달 연속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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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8월 27일 예금은행 전체 가중평균 금리 브리핑에서 "일부 은행이 5월에서 6월 사이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이 1개월에서 3개월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7월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1.51%포인트)는 은행연합회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1.50%포인트)과 하나은행(1.42%포인트) 역시 역대 최고 기록에 근접했으며, NH농협은행(1.47%포인트)은 올해 3월 이후 4개월 만에, 우리은행(1.41%포인트)은 2023년 2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예대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한편, 정책과 규제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금금리는 이미 3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들지만,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는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8월 31일 기준).은행연합회 공식 화면 캡처


31일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45~2.60%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의 특정 상품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2.50%)보다 낮은 2.45%로 확인됐으며, 이는 3년2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공시된 정기예금 금리(2.45%)는 2022년 6월(2.47%) 이후 가장 낮으며, 신한은행의 정기예금 금리(2.45%)도 2022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 등으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인 데다가, 대출 규제로 대출 재원 마련이 급하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 굳이 높은 금리로 예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확대 지적에 대해 "은행의 예대마진에는 단순히 은행 수익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충당금 적립 등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도 포함된다"고 언급하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강조되면서 관련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대마진이 단순히 이자 장사 결과가 아니라 금융과 사회 전체의 위험 관리 대가라는 점도 정부나 소비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