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일본·필리핀 국방장관 회담.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4개국 국방장관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는 것을 거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일본, 호주, 필리핀 국방장관과 연 4개국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데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헤그세스 장관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압적 행태를 비판하는 문구는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복수의 외교 소 식통은 헤그세스 장관이 북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시진핑,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북한 김정은, 중국 시진핑 주석,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여 결속을 과시했다.
닛케이는 이를 “꺼림칙한 조짐”으로 평가하며, 그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 김정은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비핵화가 아닌 핵 군비 관리를 목표로 협상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접근이 아시아 긴장 고조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이 강화될 가능성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활용해 서방 주도의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고 미중러 중심의 강대국 틀을 제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북중러가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놀며 동 북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과거 6자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를 지지했으나, 현재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중국도 비핵화를 적극 추궁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한미일 정부는 보고 있다.
닛케이는 북중러의 결속이 북한의 핵 보유 고착화를 부추겨 동북아 안보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가 한미일 3국 협력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결의에 따른 비핵화 노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접 인정하는 정책은 동맹국들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