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장면.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가운데, 현지에서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아 북중 양국의 친밀한 관계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중앙TV(CCTV, China Central Television)는 3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진행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로 다음,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순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영접 대상의 역순으로 의전 서열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김정은에게 푸틴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에 해당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한 셈이다.
앞서 행사장 입구에서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각국 대표단을 맞이한 시 주석은 김정은에게 "환영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특히 시 주석은 다른 정상들을 맞이할 때 제자리에 서서 한 손으로 악수했지만, 김정은에게는 한발 다가서면서 두 손을 내밀어 특별한 친밀감을 드러냈으며, 김정은의 팔을 두드리며 친근함을 대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펑 여사가 김정은에게 한국어로 "반갑습니다"라고 직접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관영 CCTV 화면은 시 주석 내외가 김정은을 영접할 때 다른 외국 정상들보다 더 클로즈업했고, 김정은이 차량에서 내려 행사장에 들어서는 장면 등도 다른 외빈에 비해 더 집중적으로 중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사진=연합뉴스
행사장 입구에서 망루로 이동할 때 김정은은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맨 앞줄에 섰다.
망루에 오르는 내내 시 주석 왼쪽에는 김정은이,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자리했으며 망루에 올라서도 이들은 나란히 열병식을 지켜봤다.
열병식을 지켜보면서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손짓을 하며 설명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행사 내내 시 주석의 왼편을 지킨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에 준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열병식을 마치고 참석한 인민대회당 연회에는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입장했으며, 김정은은 펑 여사 왼편에 앉았다.
행사 중간에는 펑 여사와 건배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행사 참석자를 전하며 푸틴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김정은의 이름을 언급했으며, 그 뒤를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국가주석 등 참석자가 이었다.
전날 김정은이 탑승한 특별 전용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에도 중국 내 서열 5위로 알려진 차이치(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외교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베이징역에서 직접 김정은을 영접하며 높은 수준의 예우를 보였다.
이번 김정은의 방중 일정에는 조용원(당 비서), 김덕훈(당 비서), 최선희(외무상), 김성남(국제부장), 주창일(선전선동부장), 현송월(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수행단과 함께 김정은 동생 김여정, 딸 주애도 동행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은 국가 원수와 행정 수반을 구분했고, 엄밀히 말해 최고지도자를 더욱 각별히 예우한 것"이라면서 "입장 순서나 이동 동선을 봤을 때 김정은을 푸틴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로 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김정은의 다자외교 데뷔 무대였던 만큼 북한도 각별한 예우를 요구했을 것이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가 이번 방중 일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북중러 정상.사진=연합뉴스
한편, 김정은은 연회에 참석한 뒤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에 감사를 표하며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정은은 북러 관계가 모든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