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가운데, 북한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우원식 의장은 4일 현지에서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만나 전날인 3일 전승절 열병식 직전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오르기 전 대기 장소에서 북한 김정은과 마주쳐 악수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김정은에게 "오랜만입니다. 7년 만이에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했고, 김정은은 "네, 반갑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김정은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당시 열병식 대기 장소의 상황상 김정은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하며, "아주 짧게 만난 것이고, 동선을 달리할 수도 있고 이번에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잠시 조우해 악수했는데, 7년 전 상황과 달리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을 현장에서 느끼기도 했다"며 "한반도 평화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 의장이 김정은과 만난 것은 지난 2018년 민주당 원내대표 당시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이후 두 번째다.

우 의장은 3일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환영 리셉션 오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남북 관계 및 러시아 내 한국 기업 상황에 관해 나눈 대화 내용도 상세히 전했다.

우 의장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국회의장께서는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고, 우 의장은 "한반도 평화를 잘 지켜내는 것이 세계 평화와 연결돼있고 우리 국민의 안전과도 연결돼있다"며 푸틴 대통령도 한반도 평화 조성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주면 좋겠나"라고 다시 묻자, 우 의장은 "우리 새 정부가 들어섰고 한반도 평화 공존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첫 단추로 문화 교류 문제를 접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 의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한국의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북한 금강산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됐고, 내년에 한국에서 유네스코 총회가 열린다는 점을 언급하며, 총회 참석 인사들이 금강산도 함께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나도 금강산을 거쳐 원산 갈마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조금 전해주면 좋겠다"고 전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잘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우 의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에서 130여 개 한국 기업이 어려움 속에 활동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만난 우원식 국회의장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만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상황 설명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한편, 우 의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를 나누면서 "(올해 경주에서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에서 다시 뵙겠다"고 말했으며, 시 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이번 열병식에 북한·러시아를 비롯한 26개 우방국 정상을 모으며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우 의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올해는 우리나라 광복 80주년이고 중국은 항전 승리 80주년으로, 일본과 싸워서 독립을 얻고 승리한 역사가 같다"며 "우리에게는 그런 역사적 사실을 공감한다는 것이 유대감을 넓히는 데 뿌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 주목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심을 두고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민 아웅 흘라잉(최고사령관 겸 대통령 대행)과 악수를 나눈 것에 대해서는 "미얀마에는 우리 국민이 1천500명 있고, 그들의 안전과 생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다자 외교에서 먼저 악수를 청하는데 안 할 방법이 별로 없다"면서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투사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우 의장은 자신의 방중 때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가져 오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대통령 특사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실과 소통은 있었지만 메시지를 전달할 게 없었다"고 명확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