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차-LG엔솔 공장서 불체자 단속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늘 HSI, ICE,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과 함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사진은 엑스에 올라온 단속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 당국은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지난 4일 실시한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47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국토안보수사국(HSI, 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 스티븐 슈 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은 기자회견에서 “수개월간의 형사 수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법원의 수색영장을 받아 단속을 집행했다”며 “체포자 중 다수가 한국 국적자”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은 약 300명으로, 이들 중 다수는 단기 방문 비자(B1, B2) 또는 전자여행허가제(ESTA, 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로 입국해 불법적으로 근로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단속은 HSI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작전으로 기록됐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체포자들에 대해 “일부는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중남미 등 제3국 국적 근로자이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해 취업 금지 상태에서 일했으며, 다른 일부는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체포자들은 현대차 본사뿐 아니라 다양한 하청업체 소속으로, 공장 건설에 참여한 약 1천4백명 중 일부였다.

단속 과정에서 헬리콥터와 장갑차, 수백 대의 법집행 차량이 동원됐으며,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부상자는 경미한 수준으로, 한 명이 탈수 증세로 현장 치료를 받았고, 수색 요원 한 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체포자들은 대부분 조지아주 폭스턴의 이민자 수용시설로 이송됐으며, 사정에 따라 다른 시설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당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 활동과 국민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선 안 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재웅 대변인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이 재미 한인 변호사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꾸려 구금 시설을 방문하고 영사 지원을 제공한다”며 “주한미국대사관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서 대미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0월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7조64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착공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6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4년간 260억 달러(약 36조153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번 단속으로 공장 완공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은 불법 이민 정책의 핵심 공약인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반영한다.

백악관은 “특정 프로젝트의 외국인 근로자는 합법적 취업 허가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기업 친화적 환경으로 만들되 연방 이민법을 엄격히 집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는 “이번 단속은 미국 제조업 부흥과 불법 이민 단속이라는 트럼프의 두 정책 간 긴장을 드러낸다”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는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 공화당 정치인 토리 브래넘이 단속 제보를 했다고 롤링스톤에 밝히며 정치적 배경도 주목된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비자 정책과 현지 노동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자 대책과 고용 실태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